학교안이 조용하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길다란 복도위로
서넛의 아이들만 왔다갔다할 뿐이다.
'서림고'
오늘 이 시끌벅적한 학교가 쥐죽은듯 조용한 이유는
다름아닌 수학여행을 떠났기 때문이였다.
한반에 서넛되는 아이들은 홀연히 학교안에
남겨져 이 날 그렇게 반타작의 수업을 듣고 있다.
지혜는 텅빈 교실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초등학교,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단 한번도 수학여행을 떠나본적이 없다.
그냥 그렇게 그녀는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다 닳아진 책가방에 누군가에게 무료로 물려받은 교복..
그래서 그런지 자그마한 그녀에게 그 교복은이 왠지
갑옷같이 느껴진다.
그녀는 어머니와 단둘이서 십년넘게 이렇듯 살아왔다.
늘 연탄불은 꺼져서 차디찬 냉골에 두 모녀 그렇게
살부비며 살아왔다.
그나마 사는게 빠듯했어도 그녀의 어머니가 아프기
전에는 이보다는 나았었다.
어쨌건 공사장 막일이라도 이렇듯 아프지 않았을때는
마다하지 않고 뛰어다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가 난데없이 자궁암 선고를 받은 직후
그나마 없던 살림은 모두 빚으로 돌아앉았고
꾸려야 할 살림은 그녀에게로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