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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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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민경 2002-07-03

비릿한 피비린내가 방안 가득 진동한다는 사실밖엔 기억할수 없었다.
문밖으로 내달았을때, 하얗게 쌓여있던 눈도 그녀에겐 아무런 느낌도 주질못했다.
'어디로 가야하지...'
명숙의 머리는 텅비어있었다.
어디로.....어디로.......
동훈이 죽은건 아닐까?
명숙은 겁이 났다. 설마 죽진않았을거야.......
명숙은 친구, 춘순의 집으로 향했다.
같은 동네에 살고있던 춘순의 집에 다다르자, 울타리 너머에서 짖어대는 멍멍이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춘순을 불러야하나....명숙은 울타리 너머의 춘순의 집은 불빛이 새어나오지않았다.
명숙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발을 디딜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 소리가 명숙에게는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소리같았다.

집에 다다르자 명숙은 발걸음을 멈췄다.
인기척이 느껴지지않았다.
한쪽문이 쓰러져있는 방문사이로 명숙의 방이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방안을 둘러보자 아무도 없었다.
명숙의 이불과 방바닥에 묻어있는 핏자국만이 동훈의 상처가 심상치않음을 알려줬다.
경찰을 불렀을까?
그럼 감옥에 가야하는건가?
만약 죽게 된다면 살인자가 되겠지..
명숙은 어찌해야할지를 몰랐다.
'도망가자'
명숙이 내린 결론이었다.
'어디로?'
갈곳이 없었다. 그녀를 받아줄곳이 없었다.
명숙은 급히 옷가지를 챙겼다.

그 날밤, 눈이 쌓인 길을 하얀입김을 내뿜으며 도망치듯 동네를 빠져나왔을때 명숙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은 동훈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살인자가 된다해도 그가 죽었으면....
내가 감옥에 가고, 교수형이 처해져도 그가 죽었다면....

힘들게 서울에 도착해 명숙이 찾은곳은 방직공장이었다.
그녀가 찾을수있는 직장이라곤 술집과 공장이었다.
힘들게 일하면서 그녀의 머리속에선 늘 동훈의 존재였다.
한달이 지날즈음, 용기를 내어 춘순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