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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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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민경 2002-06-30

제주에 도착한 명숙과 진섭은 여느 신혼부부처럼 바닷가를 거닐었고 호텔 라운지에서 저녁을 먹었다.
진섭은 마냥 기분이 좋은듯한 얼굴이었고, 명숙의 얼굴 한구석은 근심으로 그늘이 지여져 있었다.
룸으로 들어선 진섭은 명숙을 껴안았다.
" 먼저 씻어요..."
"그럴까? ""
진섭이 욕실로 들어가자 명숙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동훈이 결혼식에 왔다'
명숙은 동훈의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명숙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명숙은 혼자 모든걸 해결해야했다.
처음 월경이 시작되었을때도 명숙은 죽을병이 걸린거란 생각에 학교까지 나가지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친구가 자상히 가르쳐줘서야 그게 여자로 거듭나는거란걸 알게 되었다.
모든게 그런식이었다.
명숙의 아버지는 명숙에게 신경을 쓰지않았다.
그날도 명숙의 아버지는 명숙에게 술심부름을 시켰다.
한밤중에 다큰 여자애를 심부름시킨다는건 여느 아버지로썬 생각치않을일이리라...
그러나 명숙의 아버지는 그저 술이 필요했을뿐이었다.
시골길을 두려움에 떨며 한줄기 빛도 없이 걷고있을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순간 명숙은 뛰다시피해서 옆동네의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샀다.
커다란 술병을 꼬옥 안고 되짚어 가던 명숙의 눈에 길가 논에서 시커먼 물체가 올라오는것이 보였다.
순간 명숙은 멈칫했다.
"술심부름을 갔다오냐? "
동훈이었다.
아무말없이 두려움에 그를 쳐다보자 동훈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들어다줄께. 무겁지?"
동훈의 손을 뿌리치고 소주병을 가슴에 꼬옥 안고 뛰었다.
동훈도 뒤따라서 뛰었다.
금새 잡힌 명숙을 동훈은 길가 밭으로 질질 끌고갔다.
"오빠, 이러지마! 나 얼렁 집에 가야해... 나좀 나줘요...제발..."
명숙은 울면서 애원했지만 이미 짐승으로 변한 동훈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않았다.
그 순간 명숙은 술병을 동훈의 머리에 내리쳤다.
머리에서 피가나오며 아픔을 느낀 동훈은 명숙의 손을 놓은채 두손을 머리에 가져갔다.
'이 때다'
명숙은 뒤도 보지않고 뛰었다.
그러나, 상처가 크지않았는지 동훈이 금새 쫓아왔다.
화가 잔뜩난 동훈은 그녀를 길가 밭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녀의 웃옷을 잡아당겼다.
단추가 후두둑 떨어졌다.
두려운 일이었다.
그 순간 기억하는것은 동훈의 얼굴에서 나던 피비린내와, 아파오던 아랫도리와...... 헐떡거리던 동훈의 숨결뿐이었다.
모든게 끝나고 동훈은 엉거주춤 다리에 걸쳐있던 바지를 추스리고, 말없이 돌아섰다.
명숙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가 보고싶었다.
아버지가 미웠고, 동훈을 죽이고 싶었다.
어릴적 그가 명숙에게 행했던 일들이 거듭 생각나자 자신의 몸이 한없이 더러워 보였다.
한참후 옷을 추스린후, 명숙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명숙의 아버진 명숙의 옷이 찢겨진건 눈여겨보지않고 술을 사오지않은것을 질책했다
" 이년아! 술사오라니께 뭐하다가 이제사 오는겨? 술은 어디다 팔아먹구? 으이구~ 술두 제대루 못사오냐? 망할년. 내가 니년땜에 술두 집에서 못먹겄다. 내가 나가서 먹구 말지..."
그 때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
명숙은 정말 죽고싶었다.
자신의 장래가 까만 터널같았다.보이지 않는 미래..암담한 미래...
죽자! 이대로 이렇게 살고싶진않다.
아버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라고 했다.
공장가서 돈벌어오라고...
다음날, 명숙은 결심했다.
죽을 결심으로 오기로 살아보자고..죽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날 이렇게 만든 남자들이라고...
명숙은 아무일 없다는듯이 학교를 다녔고, 동훈에게 틈을 보이지않으려 애썼다.

졸업식을 몇일 앞두고 명숙의 아버지는 서울 작은집에 올라갔다.
돈이 부족하자 작은아버지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서였다.
한밤중이 되자, 명숙은 문고리마다 수저를 걸었다.
시골집이라서 문고리에, 한지를 바른 창살이었다.
잠결에 명숙은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기척을 느꼈다.
순간, 명숙은 동훈이 왔음을 알았다.
'그래, 올테면 와봐!'
명숙은 베개옆에 둔 낫을 들었다.
" 들어올래면 들어와봐요. 나 지금 낫갖구 있으니까. 이걸루 찍어버릴꺼야!"
"명숙아. 이문좀 열어봐라. 이 오빠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줄 알잖어.
내가 너 용돈좀 주려는 거야...얼렁.."
아예 문을 부수려는지 그는 힘껏 발로 문을 차버렸다.
한쪽 문이 앞으로 쓰러졌다.
" 나 건들기만해! 가만 놔두지 않을거야.."
" 장난치지말구 내려놔. 내가 즐겁게 해줄테니까...어서.."
동훈은 그녀가 장난치는거라 생각했다.
이제 명숙은 그의 여자가 되었으니...
"앙탈부리긴... 얼른 내려놓구 이리와."
동훈이 두 팔을 벌려 명숙을 껴안으려할때 명숙은 낫으로 그의 등을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