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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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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민경 2002-06-17

장례가 끝나자 동네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갔다.
고모만이 아버지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건넌방에서 나올줄 몰랐다.
진섭과 명숙은 툇마루에 말없이 걸터앉았다.
"왜 연락을 안했지? 날 당신 맘에서 모두 걷어낸건가?"
"당신이 부담을 느낄까봐 전화못했어요..."
명숙의 말에 진섭은 담배를 꺼내물었다.
결혼전 진섭은 담배를 피우지않았다.
문득 명숙은 진섭을 변화시킨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 당신...... 황마담과 같이 있는것같아서..차마 .."
"그래서? 그 여자 눈치가 보여서 전화 못했다구?"
갑자기 진섭의 소리가 높아졌다.

결혼을 거부하던 명숙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던 진섭에게 명숙은 참 좋은 사람이란걸 느꼈다. 이 남자라면........
청혼을 수락하자 진섭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갔고, 그의 부모님은 명숙이 홀아버지에 외딸이란 사실에 적잖이 놀랬지만, 그들의 아들을 믿는다며 큰 반대는 하지않았다.
문제는 명숙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러가는 절차였다.
명숙은 아버지가 없는걸로 치고싶었다.
그러나 진섭의 설득으로 함께 공주에 내려가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첨 내려오는 고향이었다.
옷보따리를 둘러메고 다시는 여기에 오지않겠노라고 결심하면서 떠났던 고향!
거기에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명숙은 다시 고향땅을 밟고 있는것이다.

명숙이 동네에 이르자, 동네 사람들은 모진말과 눈총을 명숙에게 쏟아냈다.
고향에서는 명숙을 애비를 버리고 떠난 못된 딸인것이다.
아무도 그녀가 그렇게 도망치듯 그곳을 떠나야했는지 알지못했다.
명숙의 아버지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허연머리카락이 몇가다뿐인 노인네가 되어버린 아버지!
갑자기 명숙은 눈물을 쏟아냈다.
진섭은 명숙의 아버지를 방으로 모시고 올라가 절을 올렸다.
"아버지, 결혼할 사람이에요..... "

그렇게 진섭과 명숙은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갈때 그녀는 잊고싶었던 동훈과 눈이 마주쳤다.
동훈을 보는순간 결혼식을 어떻게 치뤘는지 기억을 할수가 없다
신혼여행을 가던 비행기안에서야 정신을 차릴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