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집애. 미쳤나봐. 그만마셔"
"아이구, 내 친구 유진이..."
"왜 이래 너? 너 답지 않게. 수인 아빠 너 찾고 난리 났던데...
단단히 화났던데. 어떡할래?"
"피! 그 인간 화내라지 뭐."
은영은 신촌에 자리 잡은 20년도 더 된 낡은 술집에서 홀로 소주를 마시며, 밤의 눈부심을 즐기고 있었다.
7년전이었을까. 이 곳에서 꿈과 희망을 즐기며, 키워 나갔는데...
갑자기 오싹해지고, 쓸쓸해졌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다짜고짜 1번을 눌렀다.
액정화면에 '김유진' 이라는 이름이 뜨고, 신호음이 들려오는 듯 했다. "여보세요"라는 털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고등 학교때 단짝으로 유진은 압구정동에 있는 유명한 성형외과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노처녀 였다.
은영이 소주를 마시고, 술이 많이 취한것을 직감으로 바로 느낀 유진은 은영에게로 찾아 온것이다.
"의구, 너 혼자 이 많은걸 다 마셨냐?
왜? 무슨일 있어? 수인 아빠랑 대판 싸웠냐?"
"... 아니"
"근데? 가정 있는 여자가 이렇게 늦은 시각 까지 이래도 되는 건가?
요즘은 통금 시간이 없으니, 애나 어른이나 이러고 있지.
데이트 한번 즐겨 볼까 하는 친구 붙잡고, 술투정이나 하니. "
"피! 김유진 네가 데이트를? 웃기지마. 이 노처녀야!"
"어라, 이 기집애가 날 무시하네.
수인 아빠한테 너 질질 끌고 가라고 전화 넣는다 당장 달려오도록"
"오라지 뭐. 오늘 내가 그 사람 회사 짤릴뻔 한거 구해 줬거든...
회의에 쓸 자료를 두고 갔는걸 내가 간신히 갖다 ?거든"
"그래? 우리 코가 삐뚤어 지도록 한번 마셔 보자."
"어!"
"건배"
"... 건배!! 나쁜 남자 최은준을 위해서"
"윤은영!"
유진의 목소리는 날카로워져 있었다.
모두들 잊자고 노력했지만 잊을수 없었던 남자.
그리고 그 사람을 제일 사랑했고, 상처를 많이 받은 은영이가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왔다.
유진은 얼굴을 들어 은영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꾸민다면, 누가 아줌마라고 보겠는가.
은영의 눈가에 젖어 드는 눈물을 유진은 볼수 있었다.
"유진아. 오늘만... 나 오늘만 아무 간섭 없이 그사람 맘껏 생각하고 싶어. 맘껏 이야기 하고. 나 그래도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