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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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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BY dkflfkd67 2002-03-29

다가오는 공휴일에는 내가 근무하는 3층의 부서 전체와 또다른 단합의 목적으로 1층의 공작과 그리고 도금반이 대결하는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가까운 체육공원에서 예비연습에 들어갔다.

학창시절에 만능 운동 선수였던 탓에 내 육체는 잘 다듬어져 있었고,예상했던 것처럼 몇 가지 경기 종목을 쉬이 맡았다.

정 반장의 호루라기 소리가 명쾌하게 들려왔고 배구공이 하늘을 왕복을 한다.

"어째, 손양의 서버 볼은 받기가 무섭단 말야...쩝!...좀 살살해..하긴 파워 볼이라야 본 경기에서 이길테고...낼 모래도 그렇게만 해 줘라..잉...?"

학창시절과는 몇년의 시차가 있었지만 운동을 여전히 좋아하는 관계로 당당히 실력을 발휘해보았다.

일요일....
좀 떨어진 초등학교를 빌려서 체육대회가 펼쳐졌다. 운동장에는 낯선 미남 미녀들이 많았고 때때로 울려퍼지는 경기종목에 대한 순서 대응과 명단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가 시끄럽다.

예비 훈련때의 열기에 비해 서툰 몸짓과 호흡이 맞지를 않아 도금반과의 배구 경기에서 3대 1로 패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팀 응원단석으로 향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초면의 남자가 꼭 아무런 생각없는 사람처럼 어깨를 부딪치게 만들고는 다짜고짜 좋치않은 인상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입가에 흘러나오는 엷은 막걸리 냄새가 상대하지 않는것이 좋겠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순간 술 취한 자태에 반해 무척 고상하고 매력적인 생김새라는것을 느꼈다. 최소한 조금이라도 미안한 기색이 있었더라면 금상첨화 였겠지...?

응원석에서는 우리 부서의 아가씨들의 수다로 앉을 곳이 없었다.

그 가운데에 꼭 꽃밭에 날라든 한마리의 벌이 붕붕~거리듯 충청도 아저씨의 걸쭉한 목소리가 가장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래, 양양...내가 한번 다리 놓아 볼께..."

"꼭 그렇게 해 주셔야 해요...아저씨.."

"암~~ 그리고 오늘 너무 신난다...그치..?"

그 아저씨는 말이 아저씨지,충청도에서 이곳 경상도 아래지역으로 인생을 펼친 장가 안간 노 총각이었다. 그의 허물없는 웃음치레로 인기짱 이기도 했다.

"다들~~ 이 사람이 부럽지 않우?....."

그 한마디의 보탬으로 객석은 더욱더 웃음이 이어졌다.

한발 앞서온 정양이 살며시 내게 말한다.

"양양 얼굴 좀봐.. 빨개진거..."

"누군데...?"

순간 코 웃음이 짧게 쳐졌다.

누군가 했다. 막간을 이용해서 이렇게도 난리를 피운 장본인이...

바로 좀전에 내 어깨를 치고서도 떳떳한척 지나가던 그 취객?이 아닌가...? 그럼 그 사람이 다녀간후 아가씨들의 마음에 봄바람을 불게하고 갔다고...?

'얘들아...제발 꿈 깨라..그 총각 영~ 매너 빵점이더라...'

차마 그 말은 충청도 노총각 얼굴을 봐서 하지못하고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복잡한 시내버스를 타려는데 언뜻 그 사람이 스쳐지나갔다.

몇몇 아가씨들은 그 사람에 대한 호감으로 덜떠 있었고 귓가에 쟁쟁히 기숙사 앞까지 그 이야기가 ?아왔다.

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