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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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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CKA0213 2002-03-22

하나...7 - a
병원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가는 실눈으로 날 바라보시며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려오는 차안에서 울지않기로 - 그에 대한 엄마와 나의 마음의 표현을 하고싶었다- 냉정하기로 난 굳게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없는 눈물은 날 여리게 만들었다. 보이고 싶지 않은 눈물을 감추었다. 긴한숨이 목구멍에 걸러져 나왔다. 그는 아직까지도 탱탱한 손을 내밀어 날 가깝게했다. 옆에선 세번째 여자가 콧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고 등뒤로는 동네 어르신과 먼친척분들이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자를 불러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전해주었다. 그것이 내손에 넘겨짐과 거의 동시에 그의 슬픈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그렇게 나의 아버지는 풍요롭고 달콤했던 이세상을 떠나셨다. 엄마는 언제나 시름 시름했고 아버지는 보란듯 다른여자를 집안에 끌어들였다. 그럴때면 나를 꼬옥 부여안고 뜨거운 눈물을 나의 볼에 떨기곤 했다. 엄마는 그렇게 슬프고 외로운 이세상을 떠나셨다. 기억 저편에 흘러가는 엄마의 모습속에 진의 얼굴이 녹아있다.
어떻게 되었을까? 오랜시간이 흘러 벌써 이곳에서도 십일이 지났다.
며칠후면 모든 정리가 끝난다. 아버지의 편지는 항상 품에 지니셨던 유서였다. 자신의 삶이 불확실하다는걸 느꼈던 모양이다. 여자들이 자주 바뀌었던 이유도 있었을것이다. 그의 핏줄이라곤 나 하나였기때문에 아버지의 재산은 거의 나에게로 이어졌다. 집과 삼억정도의 재산이 세번째 여자의 소유가 되었다. 그외의 땅과 동해에 있는 별장,그리고 십억이 조금 넘는 재산은 모두 나에게 상속되었다.
난 확실하고 믿음직한 대리인을 고용했다. 별장을 제외한 모든 땅의 처분을 그에게 맏기고 서울로 올라오기 위한 마무리를 했다.
둘...5
민이 내려간지도 벌써 십오일이 지났다. 연락도 없었다.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생활에 너무나 만족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너무 편한 내 생활에 가끔은 불길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훈과의 만남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 될정도로 우린 대담해졌다. 언제나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뻔한 거짓말...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의 노골적 만남을 누구나 알수있을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나와 훈은 그런것들에게서 둔감해졌다. 그저 만나고 사랑하는것에 열중할뿐이였다.
셋...4 - a
준의 아파트를 나와 집으로 오는 동안 난 새 삶을 상상했다.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새로운 사실을 알면서 나의 생활은 더욱 활기에 넘쳤다. 남편에게 관대해 졌으며 거의 전화도 하지않았다. 준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그들 뒷조사의 진행 과정을 보고받기도하고 우리둘의 신선한 삶을 계획하기도했다. 준의 선배는 철두철미하게 일을 처리했으며 그들의 행적과 행위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준의 아파트에 그들의 기록과 사진들이 쌓여가고있었다. 그걸 볼때마다 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당황하며 나에게 매달릴 남편의 얼굴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모든걸 잃고 한순간에 패배자가 되어버릴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잘란거라곤 얼굴뿐, 돈도, 밤일도 제대로 못하는 머저리..
난 이혼서류를 준비하고 준의 아파트에 들렀다. 그는 벌써 누런 서류봉투에 모든걸 준비해 두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투명한 창으로 손님들이 보였고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씨크릿"으로 들어가 난 조용히 진에게 다가갔다.
"잠깐만 시간좀 낼수있을까?"
난 교양있게 보이고 싶었다.
"네 사모님, 그런데 무슨일이세요?"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
그녀와 난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이층 훈의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