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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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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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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CKA0213 2002-03-19

하나...5 - a
지금 시각은 아침 아홉시반. 난 훈의 와이프가 다니는 수영장에 들려 어제 준비한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그녀와 어울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뿐- 브랜드의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여기 저기 떠드는 아줌마들의 목소리속으로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난 서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애엄마라하기엔 그녀는 너무 늘씬했으며 굉장히 젊어보였다. 그녀의 어깨를 스침과 동시에 난 바닥에 미끄러졌다. 그녀가 놀란얼굴을 하며 날 일으켜세웠다.
"아가씨 괜찮아요? 미안하네...."
"모르겠어요. 발목이 약간 삔것같은데.."
나는 그녀에게 부축을 받으며 쉴곳을 찾았다.
"어떻하지? 병원에 가봐야하지 않을까?"
"이젠 좀 괜찮아졌어요. 언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러니까 내가 더 미안해지네요.."
우리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은근슬적 난 나의 배경을 흘렸고 그녀도 같은 계층이란걸 강조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사장이며 남편도 큰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고 잘난체를 했다. '병신.. 남편단속도 못하는 주제에 난척은...'
우린 첫날부터 전화번호를 주고 친하게 지내기로했다.계획했던 일이 너무 간단하고 쉽게 풀려 기분이 맑아졌다.
그녀와 헤어지고 부랴부랴 난 "씨크릿"으로 향했다. 진과 훈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그들은 3시경 그곳을 떠나 전에 갔던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씨크릿"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외진곳에 있어 그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렇게 거의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지 삼일이 지났다. 이제는 터트려야할 시간이 왔다.
난 훈의 와이프와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을 했다.
"언니야, 오늘 내가 한턱 쏠께."
"정말? 뭐 사줄려고.. 난 비싸거 아니면 입도 안대는데..."
그녀의 지겨운 공주병도 오늘이면 끝이다. 오늘만 잘 해나가면 앞으로 나와 진은 행복해질수 있다'
두시반.. 그녀가 한껏 멋을 내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난 차에서 내려 그녀를 맞이했다.
"뭐야? 니 차는 어쩌고?"
"꼭이럴때 차가 고장이 난단 말이야. 그래서 렌트했어."
난 그녀를 태우고 출발했다. 옆에서 계속 떠들어대는 그녀를 참아낸다는건 정말이지 고역이였다. 삼백미터앞으로 진과 훈의 아지트가 보였다. 그곳에 거의 다왔을때 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웠다.
"차가 이상해, 언니 조금만 여기 있어봐"
그녀가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뱉었다. 미리 준비해둔 서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썼다. 난 차앞 본넷트를 열어 머리를 처박은채 그들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녀는 짜증난 얼굴로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는듯했다. 초조했다. 등줄기로 뭔가가 흐르는것같았다.
보인다. 그들의 차가 속력을 줄이고 있었다. '제발 제발...'
그녀가 갑자기 차에서 뛰쳐내려 그들의 꽁무늬를 바라보며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쌓아두었던 긴장이 단번에 녹아내린듯했다.
"야! 나 그냥 가야할것같아"
"왜? 언니 다고쳤어 이젠 잘나갈꺼야"
씩씩대는 그녀에게 난 보란듯이 느물거렸다. 그녀는 이유도 없이 내게 데려다 달라고 우겼다. 나도 더이상은 말리지 않고 -더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집으로 태워다 주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수다스런 아가리를 닦치고 있었다.
'내일이면 모든게 끝이리라..'
차를 바꿔타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왠지 불길한 전화벨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아버지의 세번째 여자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다급히 날 불렀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위급하다며 빨리 내려오라는 그여자의 전화를 끊고 난 잠깐동안 갈등에 빠졌다. 내일은 내게 있어 중요한 날인데 왜하필 내일인거야...왜 ... 왜
하지만 어쩔수없는 선택이였다. 아버지에게 정은 없다. 그렇지만 가야한다. 어차피 진의 골치아픈 문제는 내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해결될것이다. 난 다시 밖으로 나갔다. 무심한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드리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