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저거 검은거 입혀라"
미경은 듣는 척도 안한다.
"얘, 저거 입혀보내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아버지 장례식날 그렇게 혜리엄마랑 미경이랑 싸우고 있었다.
미경이는 신경질을 부리며 용준에게 전화를 건다.
"용준씨, 미치겠어. 왜 보경이 옷도 내맘대로 못입히는건데...왜 사사건건 참견을 하는거야?"
"누가..."
"누군긴 자기 엄마지"
"뭐...에이씨"
용준은 미경에게 화내고 있는게 아니고 엄마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야, 혜리야 너 집에 좀 가봐라"
"왜..또"
"어서가봐"
내가 정말 저 인간을 오빠라고 불러야하는지 혜리는 참았다.
그날은 아버지의 장례식날이니까
"왜 그래요?"
미경에게 물었다.
"몰라요"
"아버지가 장지로 떠나시는 날인데 입히라는거 입히면 되지 왜 그래요 정말"
혜리는 짜증이 났다.
"엄마, 아무거나 입히건 말건 신경 쓰지 마세요"
잠시 셋은 침묵이 흘렀다.
"언니, 여기서 사는게 쉬운줄 알았어요. 언니가 다 감수하면서 산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제 싫증이 나세요...언니가 그러면 얘들은 어째요 오빠 성격도 잘 알잖아요. 그럼 언니가 참아야지 어쩌겠어요 안그래요?...엄마가 뭐라 하셔도 그냥 한귀로 듣고 흘리면 되지 뭘 자꾸 따지고 그래요 병중이신 분한테"
미경이에게 사정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랬다. 이제 친정을 맡아 줄사람은 미경이 밖에 없었으니까
"우리가 언니를 부른게 아니고 언니 스스로 온거 아닌가요?"
"..."
"근데 언니랑 오빠랑 언제 부터 알게 되었어요...나뿐만 아이고 다 궁금해해요"
"그전부터요"
"결혼하구요?"
"아뇨"
"..."
"결혼전에 사귀었었어요...엄마 반대로 결혼은 못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용준씨를 만났어요. 근데 우연하게 우리 집이랑 가까이서 사는거에요"
"..."
"은영씨가 시댁에 가면 내가 가서 반찬도 해주고 그랬어요"
"어머...그럼 우리 언니도 알았나요"
"나중에...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에요"
"아니...어쩜..."
"왜 그랬어요...왜 유부남을 만나 어쩔라고"
"그냥 좋았어요...스릴있고"
까닥하면 미친년 소리가 나올뻔했다.
이를 어째...이를
병신 같은 놈 병신같이 여우에게 홀렸어
단단히 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