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
우린 매일 사각 17인치 모니터안에서 만남을 시작했다.
17인치 모니터안에서의 만남이 길어지면 서로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더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우린 시각이 아닌 청각을 통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전화가 없으면 걱정이 될정도로.. 전화를 기다렸다.
'삐리리~~' 오늘도 핸드폰의 음악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 여보세요~ "
" 오빠야~ 지금뭐하니~~? "
난 오빠가 없다. 그래서인지 늘 얘기할때 '오빠가 있쟎아~'하고 자상하게 얘기하는 오빠가 좋았다.
잊혀지리라 상상도 못했던 7년동안의 기다림은 어느덧 잊혀져가고 있을정도로.....
" 응~ 오빠? 나 지금 전화받지~ "
이렇게 시작되는 전화는 한밤을 지나 새벽까지 이어지는건 아무것도 아니였고,
밤새 통화하느라 잠도 못자고 출근해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설일아..우리 한번 만날까? "
" 응? " 난 그말이 그렇게까지 가슴이 뛰리라고 상상도 못했었다.
" 그...글쎄.. "
" 글세는 책쓰고 받는 돈이고..한번만나자. "
" 오빠 나중에 한번보지뭐.. "
" 나 올해 여자만난데~ 점봤는데 그렇대..그게 너인거같아.. "
'그게너...?' 난 기분묘했다.... 난 '그게 너..' 라는 말을 꿈꾸며 살았다.
어느 시에서 읽었나? 아님 수필이였나? 아냐..영화였을까?
'내가 이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당신입니다.'
이 구절을 난 항상 마음속에 담고 다녔었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의 욕심이었을까?
그런데 그말을 오빠에게...? 너무 좋았다..아니 행복했다..
더 생각할것도 없이 난..."오빠 나도 보고싶어......"
" 정말? 진심이지? 언제볼까? 올해가 지나면 안된다..알았지? 맘바뀌어도 안돼~"
" 응..알았어. 근데..너무기대하면 안된다~ "
난 늘 내 자신에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약한모습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살기위해 난 치열하게 살아왔다.
회사생활을 할때는 연말우수사원 선정에 뽑히기 위해 1년을 노력하며 살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위해 뭐든지 열심히하며 살았다.'넌 멋지다'며 쇠뇌시키며.....
그랬는데..그런나인데..오빠를 만날것을 생각하니..보여줄것 없는 내 자신이 싫었다.
두려웠다고 해야할까? ' 오빠가 날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실망하진 않을까?'
마음졸이며 보낸 시간이 어느덧 흘러 약속한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부산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거울을 많이 본날이 있을까?
종로 한빛은행앞 '7시 30분'....'7시 30분'....'7시 30분'...'7시 30분'..
입안에서 시간을 잊을라...되뇌이고..되뇌이고..되뇌이고.....
한빛은행앞...벌써 다왔네.. 저기 서 있을까? 안나온건 아니겠지?
'삐리리~~ ' " 여보세요? "
" 응..오빠야..어디야? 다왔어? " 자주 만났던 사람처럼 아무렇지않은 목소리..
" 응..다왔어..오빠는 어디야? "
" 오빤 벌써 왔지..전화하면서 걸어올래? 내가 알아보게~"
" 응 " " 어.. 너 보인다..검정 코트입었지? "
'버..벌써? 두근..두근..두근..가슴이 뛴다..얼굴빨간건 아니겠지?'
" 오..오빠 나보여? " " 어~ 보이네~~끊는다~ 딸깍 "
" 안녕하세요? " 안경을 낀모습에 활짝 웃는모습....
" 아네..안녕하세요? 어색함에 서로 존대말로 첫만남을 시작했다.
" 우리 말 놓자..전화통화 할때처럼.. 그리고 이거 너줄려구.."
그리 크지않은 오빠의 손안에는 불이 반짝이는 고무공이 들어있었다.
" 오빠 이거 나 주는거야? "
" 그럼~ 오빠가 너줄려구 지하철안에서 샀어. 싼거야"
누군가가 나를위해..나만을 위해 준비한건 가격이상의 가치란걸 그 순간 난 느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만남은 계속 이어져갔다. 오빠는 빠른 속도로 나와 가까워지려 했다.
난 좀 두려웠다. 정말 괜챦은 사람일까? 믿어도될까? 정말 내 인연일까?
망설이는 내게 오빠는 얼마되지 않아 나에게 결혼하자고 했다.
" 우리..결혼하자. 넌 그냥 오빠만 믿으면돼. 나만 따라와 "
정신이 없을정도로 오빤 내게 다가왔다. 난 불안하면서도 나를 앞에서 끌어주는 믿음직스러움이
내 불안함을 뒤로하게 만들었다. 우유부단한 나를 항상 이끌어줄것 같았다.
난 망설이고 있었다..아니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있어 하는 사람.. 껍질만 딱딱한 나에게 속까지 꽉찬
남자...나를 보호해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난 강하고, 유머있고, 자상한 사람에게 나를 보내고 있었다.
아니 벌써 보냈다고 해야 옳을까? 7년의 기다림은 잊은채...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억울한 7년을 잊게해준 오빠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나를 보냈다.
오빠와의 행복을 늘 꿈꾸고, 늘 상상하던 결혼생활을 이루리라 마음먹으며 미래를 설계했다.
적어도 그 사건이 있기전까지는 난 늘 행복했고, 오빠없는 세상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늦게나마 얻은 사랑에 너무 감사했다.
나에 대한 모든게 거짓이었다는 것과 내 불안함이 시작된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