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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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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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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watersuha 2001-10-21

"아침은 먹고 그러고 있는 거야? 쯔-쯧 혼자 사는 티를 꼭 내는구나."
채연은 짐짓 언니노릇을 하려는 양 끼니부터 챙겼다.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허공에 머물러 있는 수저를 보고 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말인데 엄마더러 아파트 한 채 구해줄테니 할머니 모시고 살랜단다. 아버지는 그 여자네로 들어가 살고."
세연은 거칠게 수저를 놓으며 쏘아붙였다. "그만 가! 나 일해야 돼."
"왜 나한테 그러니,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볼 까 하고 왔는데."
"대책은 무슨 대책,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더이상 내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마. 난 이미 예전에 아버지란 사람과 인연 끊었어. 아직도 절절 매는 엄마의 어리석음이 더 넌더리가 난다구!"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난 난, 그저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불쌍해서..."
"그럼 언니가 모시고 살아. 그럼 되잖아. 그러지도 못하면서 괜히 위선 떨거 없어."
"뭐, 뭐야." 순간 아차 싶었다. 세연은 마음이 여리고 순한 채연의 눈두덩이 빨개지는 걸 보면서 얼른 뒷걸음 쳤다.
"그 그러니까, 가라고. 내 성격 알면서 그래. 난 할 말 없어. 가아."
채연은 훌쩍이면서도 갈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너도 결혼해 봐. 시어머니 모시면서 어떻게 ... 마음은 열번이라도 그러고 싶지."
세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현관문을 열었다.

따르릉- 따르릉
"젠장 왜 이렇게 안써지는 거야."
세연은 컴퓨터 보드를 내리치며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가-"
"나야, 건우. 잔말말고 나와. 바람 좀 쏘이자."
" 나 바빠. 원고 쓰는 중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꾸 뒤엉키는 문맥에 짜증만 쌓여 내심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낄 터였다.
"집앞이야. 30분 줄께, 얼른 나와!" 딸깍.
세연은 데이트약속이라도 한 듯 공들여 화장하고 매무새에도 신경썼다. 기분이 언짢을 때의 그녀의 독특한 버릇이였다. 때로 가면이라도 쓴 것같은 그런 행동이 싫었지만 사회적 예를 갖춘다는 식의 그녀다운 배려였다.
"와아, 근사한데. 선이라도 보는 줄 알겠다."
"잔말말고 운전사역할이나 잘 하셔."
"기집애가 말하는 폼새하곤. 입발린 소리라도 칭찬하면, 어머 그래요? 고마워용 하는게 정석이지 도대체가 낭만이 없다니깐-"
차가 출발하자 세연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딱히 할 말도 없는데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건우도 가끔씩 힐끔거리며 쳐다볼 뿐 말을 걸지는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조그마한 휴게소앞에 차를 세우며 건우는 필요한 게 없냐며 물었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먹질 못해 출출했다. 배가 고파서일까 샌드위치와 커피는 맛이 있었다. 배가 든든해지자 비로소 세연은 아담한 휴게소를 살펴보았다. 산을 병풍처럼 둘러세워 경치도 좋은데다 사람이 적어 산장같은 느낌을 주었다. 공기도 맑고 시원했다.
흐음- 세연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알듯 모를 듯 바람이 스쳤다. 심호흡하며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흐-읍. 세연의 눈이 커졌다. 어느 틈에 건우의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두 눈을 뜬 채로 본 그의 얼굴은 기형학적으로 보였다.
'그렇구나, 어쩌면 피카소라는 화가의 그림도 이런 상황에서 도출된 표현이 아닐까...'
집요하게 파고드는 혀로 인해 세연의 입술은 조금식 열리고 있었다.
혀마저 감겨버리자 엷은 커피향이 묻어났다. 채 뿌리치기도 전에 단단한 가슴에 손이 모두 묶여 버렸다.
이것이 남자의 욕망이라는 걸까. 평소의 온순하고 자상한 모습은 없고 거친 숨소리와 거세어진 육체의 압박감에 세연은 숨이 막혔다.
"그만해! 싫어."
힘껏 밀치는 바람에 건우는 의자에 어깨를 부딪쳤다. "아앗"
화가 많이 났는 지 왔던 길을 되짚어 다 왔는데도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세연은 건우의 화난 모습을 지금까지 딱 한 번 보았다.
대학 1학년때였다. 강의를 받고 나오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준비성이 좋은 건우는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겨왔고 그와 강의를 같이 받던 선배 이렇게 세 사람이 우산을 쓰게 되었다. 세연을 가운데로 두고 우산을 썼는데 빗줄기가 강해지자 작은 우산으로는 비에 대해 안전할 수가 없었다. 건우는 반사적으로 세연의 허리를 감싸안았는데, 놀란 세연은 징그럽다며 그를 밀쳐내었다. 그의 얼굴이 발갛게 일그러지면서 세연을 쏘아보았다. 세연이 머뭇거리자 건우는 그대로 뒤돌아서서 걸어가 버렸다. 세찬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다왔어, 들어가라." 낮게 깔린 음성으로 건우는 앞만을 응시했다.
"차 한 잔 하고가. 차비도 안줬는데-"
"줄 필요없어. 내가 나오라고 한 거니까."
세연은 민망했다. 인기연예인의 광고를 흉내내 분위기를 바꾸려한 자신의 의도가 통하지 않았다.
"그-래, 조심해서 가. 오늘 고맙고 미안해."
부-웅. 건우는 대꾸도 없이 차를 몰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