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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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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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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watersuha 2001-09-27

'후 욱- 훅, '후 욱- 훅'
넘어오려는 구역질을 참아내려 세연은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길가의 가로수에 잠시 기대어 울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은 군데군데 하얀 연기를 떨어뜨리며 저만치 높게 올라가 있었다. 어느 새 가을이구나. 그제야 얇은 블라우스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을 느꼈다. 소름이 돋아있는 피부를 쓸어내리며 그녀는 도리질을 해댔다. 방금전까지 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귓전에 울리고 있었다. '엄마가 그렇게 사셨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평생을, 남은 여생까지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갈 엄마가 경멸스럽기까지 했다.
가까스로 집에 들어서자 세연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무너져 내렸다. 알기나 한 듯이 전화벨이 울렸다.
"네에-, 여보세요."
"세연이니? 집에 잘 들어갔구나. 걱정이 되어서... 괜 찮 니?"
"언니, 나 피곤해. 통화 나중에 하자."
"기집애. 네가 그러구 가면 내 맘이 편하니? 나도 가슴에 열불이 나서 너한테 말한건 데... 알았어. 끊어."
세연은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영상은 세연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종일 시어머니 등쌀에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하고 집안 일을 해대었다. 허드렛일을 거들어 준다던 미순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그나마 그녀를 다독여주던 아버님도 읍내에 볼일을 보러 가셨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겨우 누인 방바닥은 불을 때지 않아 냉기가 흘렀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받아들이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얼마쯤 흘렀을까. 따뜻한 온기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두터운 솜이불이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고 저만치 사람의 형체가 흔들거렸다. 남편인 가 보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한 사람만의 너울거림이 아니었다. 숨을 죽이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힘을 주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순영은 입을 이불에 눌렀다. 달빛에 드러난 남녀의 알몸이 또아리를 틀듯 엉켜 있었다. 간드러지는 여자의 신음소리와 있는 힘껏 내지르는 남자의 기합소리는 묘한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
'이럴수가, 어떻게 내가 자고 있는 이곳에서- 이럴 수 있는 거지...?'
그녀는 새벽닭이 울때까지 해대는 그들의 몸부림을 그대로 들으며 베갯잇을 적시고 있었다.
아침상을 들여가자 계상은 짐짓 헛기침을 하며 거드름을 피웠다.
"어제는 너무 피곤했는가봐,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잠을 자니 말이오."
"죄송해요. 깨우시지 그러셨어요."
"곤히 자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나,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는게지."
"서방님, 숭늉 가져왔는디요."
"험, 험, 그래 들여오너라. 부인은 안채 아침상좀 살피지 그러오?"
미순이 들어서자, 계상은 부러 순영에게 투덜댔다.
순영이 채 문을 닫고 나오기도 전에 두 남녀의 농짓거리가 시작되었다. 시집온 지 두달이 채 지나지 않아 겪는 이 일을 순영은 어찌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아버님께 알렸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했다. 그렇다고 눈엣 가시처럼 대하는 시어머니에게는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흠이 될 터였다. 순영은 그렇게 눈물을 삼키는 수 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딩동 딩동.
아침부터 누구일까. 세연은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누구세욧."
"나다, 채연이야."
아침부터 득달같이 달려온 언니 마음을 세연은 짐작할 수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