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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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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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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BY 오필리아 2001-08-22

그렇게.. 하루 하루가 흘렀다...
엄마가...어두운 밤길을 뚫고 그렇게 친정으로 나를 데려와 준 이후로.. 사흘이 흘렀지만.. 남편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전화 한통 없는 사위에 대해 엄마와 아빠는 처음에는 의아해했고..
그 이후에는 서운해했다...

하지만.. 사흘을 넘기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 저녁으로 시댁에 전화를 했지만..
어머니는 냉냉한 목소리로..
그저 남편이 바쁘다고.. 그래서 늦게 들어오고 일찍 나간다고.. 그러니 괜시리 직장으로 전화를 넣어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을 뿐이다...

어머니는...
전화상으로...
애가 잘 크는지..
혹시 외가에서 홀대받거나.. 소홀히 여겨지지는 않는지...
물어오셨다...
젖은 잘 나오는지...
잠은 잘 자는지...도 물어오셨다...

모든 것이.. 그냥.. 어머니의 따스한 배려와 관심이라 생각해도 될 것을.. 괜시리.. 꾸지람인 듯.. 들려 주눅이 들어왔다..

몸은 회복되어갔다...
오로의 양은 줄었다..
육체적으로는 피곤함이 없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줄지 않았다...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것과 같은 두려움은 매일 매일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왔다...

남편은.. 들어서자마자.. 문주에게로 갔다...
잠들어 있는 문주를 깊고 그윽한.. 더없이 슬프지만.. 무엇인가.. 강한 결단이 서린 그런 눈으로 문주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수정이랑 차 한잔 하고 저녁도 먹고 그럭하고 들어오겠습니다.."

엄마는 기뻐했다...

무심한 사위였지만...
그렇게 딸을 위해준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기쁜 모양이었다..

남편이랑...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문주를 임신하고.. 어머니가 주신 축하금을 들고나가 밥을 먹었던 그 레스토랑이었다...

살을 먹기 좋게 발라서 버터를 두르고 구운 바닷가재가 나왔다..
맛을 알수는 없었지만..
샐러드는 신선했고...
와인은 달았다...

수유중이라....
우려했지만...
남편은.. 한잔 정도는.. 괜찮을거라며...
두 잔의 와인을 주문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말했다..

"수정아.. 괜찮을 거야.. 다음주엔... 우리집으로 옮기자.. 어머니한테는 말했어.. 우리 세 식구만 살게 되면.. 다 좋아질거야... 어머니한테는 한달에 한 두번만 가자.. 그리고..어머니도.. 너를 예전처럼 아껴주시겠다고 나한테 약속했어...그러니까.. 우리도 노력하자..응?"

눈물이 흘렀다...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나에게도 행복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은.. 그저 하룻밤의 악몽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그동안의 긴 잠에서 깬 어린아이마냥 즐거워졌다...

남편은.. 내게 그렇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거대한 버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