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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안개 2001-08-28

얼마나 마셨을까
둘러보니 막걸리 병이 족히 예닐곱 병은 되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꾸만 몸이 앞으로 꼬꾸라질 것 같아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난 아직까지두 복수아버지 한테 궁금한게 있는데...끄억, 왜 난 복수새엄마로 엉? 왜 난 안됐는지. 내가 복수를 얼마나 딸만치 이뻐했는데 어? 이집 민숙이 할머니도 날보고, 니는 복수엄마나 마찬가지다 그랬는데...솔직히 날 싫어하지는 않았잖수. 말좀 해보소." 이젠 숫제 복수아버지 옆으로 바싹 다가와서 주정을 한다.
"그래 그 점은 미안하오. 나도 주천댁이 싫진 않았소. 그놈의 아들 땜에.
사내라면 적어도 나 닮은 피붙이 하나는..."미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천댁이 술 잔을 팽개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이구 참 답답하구만 그래. 그기 이유였으면 지금, 아들 하나라도 얻었나 그래? 지집년들만 득실거리니 늙어 죽도록 뼛골이 빠지도록 고생이지. 그래 죽을때까지 그래 살아아!!"
하고 손으로 바닥을 내리 치더니 아예 방바닥에 엎드려 운다.
달랠 재주도 없을 뿐 더러 달랠 마음도 없어서 실컷 울어라 하는 심정으로 술이나 마신다.
사실 주천댁히고 둘이 살면 적적하긴 해도 지금처럼 신세가 고달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서도 남동생 하나는 꼭 얻어 주고 싶었다.
밖이 조용하다.
용두산 아래로 안개가 자욱히 오르는걸 보니 금새 비가 올려나 보았다.
비가 오기전에 빨리 담배를 뜯어놔야 하는데...
이장은 제 처를 데리고 밭으로 갔나 보았다. 그러나 마음같지 않게 몸이 움직여 지질 않는다. 신세타령에 술주정을 하던 주천댁은 제풀에 지쳤는지 잠이 든 것 같다.
자다가 가끔씩 아이구, 흑흑 흐느끼는 게 자면서도 복수아버지를 원망하는지도 모른다.
술 쟁반을 한구석으로 밀어놓고 바닥에 눕는다.
온 몸이 나른한데다 술 기운까지 오르며 잠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