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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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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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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이슬비 2001-06-08

"자 여기야..어서..들어가자.."

"언니..여긴 왜.."

"어서오세요..이쪽으로.."

고은 한복을 입은 여자를 따라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네..안녕하세요..저희 미래증권에서.."

"네..말씀 들었어요..어느분이.."

언니는 나를 떠밀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40대 후반쯤..?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이끌었다. 여기 사장인가?

"자,,마음에 드는걸로 고르세요..제가 보기엔..이 옷이 괜찮아 보이네요.."

보라빛 드레스를 꺼내드는데 사각이는 소리..

첫눈에 마음에 드는 옷이 자기옷이라는 말처럼..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사각거리는 소리가 참 좋았다.

"빈아..참 이쁘다,,너한테 딱인것 같아.."

"손수 염색한 본견으로 만든 드레스에요..잘 어울리네요.."

본견??매장 입구에는 전통한복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그럼 한복감?

"저흰 예복위주로 하는데 젊은 디자이너를 기용하면서부터 도전해본거에요.."

"네..그렇군요..참,,예뻐요..근데..가격이..?"

"빈아..너도 참..언니가 다 알아서 해준다니까..자 옷 갈아입고 와.."




"그럼 이옷을 대여한단 말이야?"

"그래,,넌 그런것도 모르니? 내가 무척고맙지? 그럼 네가 저녁 사렴.."

언니의 도움으로..내일 뭘 입고 가야하나,,하는 걱정은 사라졌다.

내일이..기다려진다.

그날 이후..지점장님은 가끔..웃으면 내게 인사를 해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늘 웃으면 인사를 했었지 않았나..? ^^; )

하여튼..내게 조금은 더..잘해주시는것 같았다.

언니가 즐겨 먹는다는 초밥집으로 갔다.

유명한 집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아서인지 우린 좌석이 날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언니..배고프다..다른데 갈까?"

"빈아..기다린만큼..보람이 있을테니..기다려.."

먼저 나온 전복죽을 한술 뜨려고 하던 때였다.

"저기.."

언니가 네? 라고 먼저 반응했다.

난 서울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굳이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언니가 나를 툭..치길래 올려다 보았다.

"저..저 기억나세요? 한달전엔가,,백화점에서..."

"..아,,네..그땐 경황이 없어서..구두..고마웠어요..이렇게 인사해도 될런지 잘 모르겠지만요.."

"아닙니다..제가 실례가 많았었죠..식사하러 오셨어요?아이구..쓸데없는 질문을..죄송합니다."

"아뇨..뭐..."

"제 명함입니다. 혹시 치과 가실일 있으면 들러주세요.안아프게 하기로 유명하죠..하하.."

"네.."

그의 명함..아름다운 치과 김휘문..

김휘문..? 제우스의 이름이랑 같은데..아니겠지..나이가 좀 있어보이는데..

그는 돌아서다 다시 돌아와 내게 물었다.

"이것도 인연인데..명함 있으면 한장 주실래요? 이러면 실례인가요?"

"아뇨..실례는 무슨..빈아..명함 드려.."

어떻게 좋다 싫다는 말을 하기 전에 이미 내손을 핸드백에 들어가서 명함을 찾고 있었다.

"이하빈..? 이하빈..혹시..."

"혹시..뭐요?" 궁금한건 못참는 언니가 물었지만 그는..

"아닙니다..인연이라면..이런게 인연이겠죠.."

그렇게 알수 없는 여운을 남긴채 그는 자리로 돌아갔고 식사하는동안 계속..난 언니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넓은 하늘아래..같은 이름이야 많겠지..




"하빈이..오늘따라 화장발도 잘받나봐..부럽다...에휴..선이나 보러가야하는 내 신세.."

"언니..자꾸 그러지마요.."

"뭘? 내가 틀린말 했냐? 어머..지점장님 출근하셨다."

"좋은 아침입니다..참 이하빈씨..잠깐 볼까요?"




그녀를..만났다.

그저 스쳐지나갈 인연은..아닐것 같았던 그녀...

이하빈..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눌렀다.

"이하빈씨 부탁합니다."

"예..잠시 자리 비우셨는데요..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네..김휘문이라고 전해주십시오.."

훗..그녀에게..깜짝 메일이라도 보내볼까?




"집이 어디에요? 데리러 가죠.."

"아뇨..제가 찾아갈 수 있어요.."

"택시타고오기엔 옷이..아뇨.음..약도 그려놓고 퇴근하세요 4시에 데리러가죠"

"네.."

그의 호의를 거절할수는 없었다.

퇴근해서 집으로와서 언니는 집으로 내려갈 준비를..난 창립 기념일에 갈 준비를 했다.

"참,빈아..아까,,그 치과의사한테 전화 왔었는데..너없다니까,,전화 바로 끊더라.."

"왜..전화 했을까?"

"그걸..모르니? 관심이 있으니 전화 했겠지.."

"휴,,"

"왜? 떨리니? 후후.."

"..응..왠지 떨려..이상하지?"

"아니..당연하지 멋진 남자랑 데이트라..난,, 기절도 하겠는걸?"

"언니..놀리지마.."

"잘 다녀와,,,너무 늦게까지 잊지말고 적당히 빠져나와,,남자는늑대야,,알았지?"

"훗..알았어..언니..언니도 잘 다녀와.."




3시 55분..

참 시간이 더디다..

희미한 떨림..불안한건지..떨리는건지...

딩동~

"네.."

"하빈씨?"

"네..지점장님..잠시만요.."

한번 더 거울을 보고 숨을 고르기 위해 크게 숨을 쉬었다.

문을 열면서 내게 불어오는 낯설지 않은 향기..

"하빈씨..갈까요?"

"네? 네.."

"그리고..참 예뻐요.."

그가 돌아서 계단을 내려가다말고 날 올려다 보며 말했다.

얼굴이 따가워졌다. 붉어진건가? 창피하게...

그는 차문을 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가 있는 호텔로 가는동안..아무말도 못했다.

왠지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것 같은데..괜시리 손만 만지막거리고 있었다.

"뭐..불편해요?"

"네? 아뇨.."

"하빈씨..왠지 하빈씨가 낯설지 않다고..얘기 안했죠?"

그의 말에..물을수가 없었다..왜요? 라는 그 간단한 질문조차..

그렇게 그의 옆에선 얼어 붙어가는 나를 느낀다.




그녀..무척이나 섬세해보인다.

그녀의 수줍은 미소에..내 마음이 요동치는걸.. 그녀는 알까?

가슴속에서 울렁대여 오면서 머리에서 가끔 느껴지는 아찔한 현기증..

그녀가 정리한 책상에서 그녀가 건네는 모닝커피로 시작한지 한달이 되어가건만..

이상하리만큼 집착 되어가는 그녀앞에서 난 예전의 내가 아닌것 같다.

그녀를 편하게 해주고 싶은데..그녀는 불편한 모양이다.

명목뿐인 행사지만..그녀와 동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울것만 같다.

행사가 시작되자 막상 여기저기 인사한다고 바쁜 나를 지켜보는 그녀를 느낀다.

그녀가..심심할까..걱정이 될 무렵이였다.

어떤 남자가 그녀의 앞에 있다.

둘은..무슨얘기인지..웃고 있었다.

그녀가,,그렇게 밝게 웃는것은..처음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은..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은근히 기분이 상했다.

대충 인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려할때..

그 남자가 그녀옆에 앉아 다정히 있는걸 보니..괜히 화가 났다.

갑자기 행사장이 갑갑하게 느껴져서 밖으로 나갔다.



"왠지 오고싶더니..하빈씨 마나려고 그랬나봐요.오늘..아름답다고..누가 얘기 하던가요?"

"그래요? 아뇨..아무도.."

"이런..참 아름다우십니다. 후후..하빈씨..보라색이 참 잘어울려요..우리 정말 인연인가봐요..계속되는 우연은 필연이라던데.."

"훗..농담도 잘하시네요.."

"누구랑 오셨어요?"

"네..저희 지점장님이랑.."

"아..비서라서 동행하셨어요? 늙으신 지점장님 보담,,저랑 어때요?"

"뭘요? 그리고..늙다뇨..휘문씨 보담..훨 젊어요.."

"에이..설마..그리고 전..25살이에요.."

"네? 정말요?...정말요?"

"전 거짓말 못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제가.."

"하빈씨.."

"네..지점장님..전 잠시.."

"네..잘가요 하빈씨..우린 또 만날꺼에요..잊지마요.."



"하빈씨..이제 그만갈까요? 힘들죠?"

"아뇨..전 괜찮아요.."

"가을 달빛은..남자를 외롭게 하고 그 달빛에 비친 여인은..남자를 설레게 하는군요.."

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혼잣말처럼..흘렸다.

차가 도착하자 내게 문을 열어주곤 차문을 정중히 닫았다.

그가 차앞을 지나가는 모습이..왠지 쓸쓸해 보였다.

"저..기분이 별로 안좋으세요?"

"훗..그렇다면..술친구라도 해줄래요?"

"네? 네..뭐,,원하신다면.."

"그래요? 그럼..한잔 하러 가죠.."

"저..그런데..옷이.."

"괜찮아요..충분히..아름다우니까요.."




호텔을 출발한지 한시간 남짓 됐을까?

한적한 길로 들어선지 조금 지나서..불빛하나가 보였다.

"자 내려요.."

"저..여긴.."

"술 친구 해준다면서요..내집이에요.."

"저..지점장님..다음으로..하죠..오늘은 아무래도.."

"나중에..콜택시 부르면 돼니까 집에 어떻게 가나 하는 걱정은 하지말고..자.."

그를 따라 들어온 그의 집..

잘 정리되어 있고 무척 아늑한 분위기였다.

"혼자 사는집이라서..늘 불을 켜놓고 다녀요.."

"네? 네..집이 깔금하네요.."

"일주일에 세번 집안일 봐주는 아줌마가 와서 내가 별로 하는 일은 없어요"

거실에는 가죽쇼파와 푸근해 보이는 안락의자가 있었다.

그가 안락의자에 앉아 끝없는 어둠속에 간간히 보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을테지..

가끔..그의 곁엔 여자가..있었겠지?

이런 상상을 하는 내가 우습다..

"자..한잔 해요.."

"맛있다고..더 달라고 하면 안돼요..만들기 힘드니까.."

그는 보라빛과 붉은빛이 엉켜 흐트려지는 칵테일을 내게 건넸다.

"이런것도..만들줄 아세요?"

"훗..예전에 학교다닐때..칵테일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그때 배운거에요.."

또..어떤 화제가 필요한가..한모금..두모금..갈증을 적셔오는 칵테일.

"이 칵테일에..향기가 나는것 같은데..무슨향기죠?"

"본능의 향기.."

"네?"

"훗..농담요..심신의 피로를 푼다는 라벤더향이에요..주량이..어느정도에요?"

"저요? 전..한잔 정도..?"

"저..아까 행사장의 그 남자..누구에요?"

그에게..김휘문이라는 남자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잘 알지도 못하는데..

"뭐,,그냥 얼굴만..몇번 봤어요.."

그와 어릴적 얘기를 하면서..난 그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또한 어렵게 공부하면서 열심히 일했기에 지금의 그가..있는것이였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하빈씨는 가족이 있었지만..난 부모님의 불화로 가정이 파탄나면서 부턴..혼자였어요.

그래서인지..아직 누구에게도..마음을 열지 못했죠..그 누구에게도..

그런데..그런 내 맘에..하빈씨가..들어오려하는데..난 어쩌죠?"

"네? 전..무슨..."

"난 운명이니 인연이니..그런거 안믿었어요..그런데 하빈씨를 보면..믿고 싶어져요.."

"저..술이 과한신것 같은데..이만 가봐야 할것 같아요.."

일어서면서 드레스의 숄을 집으려 하자 그가 말했다.

"잠시만요..기분 상했다면..미안해요..난..그저.."

"전요..좀 당황스러워서..그럼 이만.."

돌아서려는 내 손목을 잡은 그는..놓아주려하지 않았다.

"한 순간의 감정이라던지..술에 취한것이라고..내 마음을 덮으려 하지 말아요..

왠지 당신을 보면..서글프기도 하고..가슴깊은곳에서 울렁이는 느낌..꼭 당신을 기다린것 같다는 생각..

나 또한..이해 안가는데..당신이..이해할수야 없겠죠..?"

그의 눈이..젖어들고 있었다.

남자의 눈물..태어나서 세번운다는..울고 싶어도 울수 없는 남자의 눈물..

그의 눈물을..거두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난 그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제서야..그가 내 손목을 풀어주었다.

"울지 마세요.."

그의 눈물을 거두는 나의 손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움찔 놀라서 손을 빼려고 하자..그가 내게 쓰러지듯 기대여 왔다.

서서히..몸이 쇼파에 기대여 지고 있다.

저항할수 없는 숨막힘..

그가 내 입술을 덮쳐왔다.

처음엔 저항을 하려 그를 떠밀던 손은..그의 목을 감싸 안고 있었고

손목의 붉은 자국은..왠지 사슬처럼 나를 속박할것 같은 예감을 가지면서도..

난..그의 품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점점 거칠어져가는 그의 숨결..

이성은 본능앞에 노예라는 말처럼..난 나를 잃고 여자로써 그의 앞에 있는것이였다.

내가 그의 품에서 침대로 옮겨지고 그와의 키스는 깊어지고 있었다.

가랑비가 내릴때는 비를 피하고 싶다가도 소나기가 내리면 왠지 뛰면서 신나했던 것처럼..

난 그와 폭풍속을 달리고 있었다.

순간의 절정에 긴 울림이 끝나고..

부끄러움을 잊은채 그가 참 좋다고 느껴지던 때였다.

"음..칵테일 이름을..본능의 향기라고 불러야 겠어..잘 어울리겠지?"

"훗..음..그렇기도 하고..잘.."

"그리고...당신이 내게 처음은 아냐..알지?"

갑자기..화가 나면서 본능을 다스리지 못한 난 수치심을 느껴졌다.

'나도 결국..당신에게 넘어간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나요? 당신에게 내가 처음이 아니라구요? 미안하지만..내겐 당신이 처음이군요'

"그래요? 잘됐어요.저도 마찬가지에요" 라고 마지막 자존심때문인지..

막상 옷을 집어들고 나오려고 하니 이것저것 떨어지고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왜,,화를 내는거지..?"

"어리석게도..그래요.날 쉬운 여자라 생각하진 마세요..당신에게 끌렸던건 사실이지만..난..."

"왜 우는거야,,난 당신을.."

"이 손 치워요..당신에게 동정받고 싶진 않아요"

"동정이라고..말해버리면..당신 마음이 편해지는건가? 그렇다면 원하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