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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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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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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BY pluto 2001-05-08

"눈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내 상처뿐인 육체를 버린거지...훗날을 기약하면서.."

훗날을 기약하다니....
나는 새로운 공포감에 젖어가기 시작했다.
무언가...그 '기약'이라는 단어가 나의 숨통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비록 저주받은 눈이지만 내 분노와 내 기억과 그리고...희망까지 이 눈안에 꽉 채웠어....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이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만 할까?
어떻게 해야하지?

"이 전에 이 집에 왔던 사람들에게도, 나의 희망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협조하길 원했었거든...그런데 모두들 그것이 무엇때문인지 알려고도 하지않고 그저 날 무서워하기만 하더군....그런데, 엄마는 다른 것 같네."
"나 말인가?.....뭐가...다르다는 거야?"
"나에 대해 알고있잖아.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모르고 가버렸었는데.
...물론 그 덕에 자기 자식들을 내놓고 가긴 했지만 말야...흐흐흐."

자식들.......

"우리 지수는 안돼, 건드리지 마! 만약...지수를 건드리면...널 용서하지 않을거야."

갑자기 눈이 빙그르 돌기 시작하더니 침대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를 향한다.
"엄마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지수는 괜찮을거야..."

"....도와? 내가 뭘 도운다는 거야?"

"이런.....얘기가 잘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쯧쯧...역시 이번에도 좀 귀찮군...아까 얘기했던 내 집 말이야."

사악했다.
다시 내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를 쳐다보며 자신의 '희망'이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눈은... 사악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다시 얘기해주지...난 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줄 몸뚱아리가 필요해! 하나뿐인 눈을 달고 고통스러워해야하는 그런 몸말고..내 남은 눈이 자리잡고도 다른 쪽 눈을 제공해줄 수 있는 건강한 몸뚱아리!"

"몸뚱이라니......설마....지금 내 딸...지수를 ....말하는건 아니겠지?...그 아인 안돼...절대로..."

"안된다......."
"그래, 안돼!"

"그래도, 살아있는 자식이 더 낫지 않을까?"

섬?한 시선이 나를 휘감는다.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나의 몸과 나의 영혼과 나의 의지를 허물어뜨리는 저주스런 눈같으니....

"엄마....다시 찾아올때는 진짜 엄마로 돌아가주리라 기대해보지....흐흐흐........."

눈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미 오랜시간동안 저주와 원한으로 다시 태어날 부활만을 꿈꾸며,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생명과, 고통을 삼키면서 지내왔던 이 집의...그 벽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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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보!"
잠들어있던 남편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이미 변해있다고 하더라고 제발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남편은 곤한 잠을 깨운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일어났다.

"뭐야? 왜 자는 사람을 깨우고 난리야?"

"여보 제발.....정신차려요. 제발...부탁이에요."
"뭐?.. 이봐, 미친거 아니야?"

미친 것이라도 좋다. 이대로 저주를 감당할 수 없다.
내 가족들이 모두 위험하다.....내 딸 지수가.....

"지수가 위험해요, 여보 제발 정신차려요...우리 딸이 위험하단 말이에요"

간절하게 남편에게 마지막 애원을 해본다.
비록 저주에 휩싸여있더라도 그는 지수의 아빠가 아닌가...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지수? 지수라니....희윤이말인가? 내 딸은 희윤이잖아... 미쳤군."

!
희윤이라고 했다.
남편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다니....

난 조용히 일어서서 안방을 나오고 있었다.

지수에게 가야해!
이제 저 아이를 구할 수 있는건 나뿐이야.
남편은 완전히 저주받은 영혼의 지배를 받게 되버렸으니까....

"지수야! 지수야! 일어나. 어서!"

딸아이는 잠이 쉽게 깨지않는지,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앉고 있었다.
"엄마?....벌써 아침이야? 아직 깜깜한데....아~흠, 왜 그래?"
"설명할 시간없어. 어서 일어나. 이 집에서 나가야돼."
"?"
아직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않은 딸아이에게 주섬주섬 겉옷만을 대충 입히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서 빠져나가야돼.
다른 건 생각할 여유가 없어. 이 아이를 지키는 것만이 지금의 나에겐 최선이야!
눈이 찾아오기 전에 나가야해.

그런데...지수의 손을 잡아끌며 방문을 연 순간, 그곳엔 남편이 서슬퍼런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