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나왔다..
잠깐만 나가자고 동하가 나를 재촉했다..
아무말없이..
나의 느린걸음을 기다려줌도 없이 그는 고개를 숙인채 앞으로 자꾸만 자꾸만 걸어나갔다...
"동하씨!"
내가 앞서가는 그를 불러 세웠다..
대답없이 그가 걸어간다..
"도련님!"
그가 돌아본다...
목소리가 커서인지 거리에 뿌려져 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돌아보았다..
동하가 무서운 얼굴로 나에게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
"정인서.. 나한테 그런식으로 부르지마.. 니가 나보다 어른인 것처럼 까부는 것도 싫고.. 니가 내 형의 마누라가 되었다는 사실도 싫어. 하지만..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싫은 건.. 내 형이 저렇게 병원에 바보같이 누워있는데.. 내가 그런 형의 여자를 많이 사랑하기때문에 형이.. 형이 아주 잘못되기를 바란다는 그 사실 바로 그거야.. 널 많이 아주 많이 혼내주고 싶어.. 정인서, 너는 왜 나를 이런 바보같은 갈등속으로 몰아넣었니? 왜?"
동하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거침없이 말을 해댔다...
사람들은 모두들 우리를 보고 있다...
그 사람들의 쑥덕거림...
그 속에 내가 동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