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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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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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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huh924 2001-04-12

수만리 떨어진 머나먼 이국땅에서, 내땅에서 접하지 못했든 새로운
환경을 즐기고, 일하면서 더불어 즐거운
시간들을 가지려고 마음 먹었는데, 엉뚱하게도 한 여인을
사귀게 되고, 지금에 와서 가슴아픈 결정을 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는 자신이 한편으로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 결정을 미룰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땅에서, 세상의 어려움과 고통을 별로 모르고
살아온 그녀에게 무었이라고 답변을 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러나 예스냐 노냐를 분명히 그녀에게 밝혀야 한다.
아직은 둘사이에 깊은 사랑의 감정이 이루워진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그녀가 더 상처를 받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자신도 그녀에게 그렇게 빨리 환경의 변화가 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어떻든 그녀를 오늘 저녁에 만나야 한다.
"저녁에 만날수 있어요?"
나는 그녀의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네, 어디서요?"
"저녁 식사후에 숙소옆 주차장으로 나와요, 내가 거기서 기다릴께요"
"몇시에 만나요?"
"7시까지 나와요, 차타고 회사옆 강으로 나갈테니까...."
"알았어요"
저녁 식사후에 나는 그녀를 내차에 태우고 강으로 향하였다.
해가 넘어 갔는데도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후꾼후꾼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온다. 우리는 십여분을 달려
몇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는 작은 부두에 도착하였다.
오는 동안 그녀도 아무말이 없었고, 나도 앞으로 그녀에게
할 얘기를 생각하느라고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부두옆에 있는 작은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사방은 캄캄하고 고요한데, 배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
유난히 반짝이고 있다. 오늘 저녁따라 맑은 밤하늘엔 별들이
총총이 떠있고 더욱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 같이 보인다.
"수잔, 그동안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이
물끄러미 강위에 떠있는 배들만 바라보고 있다.
평소에 항상 잘웃는 그녀가 오늘따라 웃음이 보이지
않는 것은 , 내가 그녀에게 해야할 답변을 미리 짐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스터 허는 어제저녁에 내가 얘기한 결혼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참후에 그녀는 나에게 되물었다. 너무나도 침착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 나는 갑자기 무었에 짓눌리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가라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제 내가 한 말에는 변함이 없어요, 나는 잠시 여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고, 시간이 되면 내나라로 떠나야하고,
내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하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수잔과는 한 이방인 친구로서 사귀고 싶은 것이지
결혼은 할수 없어요. 친구와 결혼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시간 이후에 둘사이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내입장을 그녀에게 밝혔다.
"수잔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예쁘니까, 좋은 사람만나서
행복한 결혼을 할수 있다고 나는 믿어요,
이땅에는 젊고 훌륭한 남자들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같은 동족끼리 결혼해서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미스터 허의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요,
그동안에 우리들이 가졌든 즐거운 시간들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겠어요"
그녀는 내가 분명하게 말한 뜻을 이해하는 듯
하였다. 앞으로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해도
전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제 우리 숙소로 돌아갑시다"
나는 같이 시간을 더 보낸다는 것이 고통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가볍게 포옹하였다.
오늘 저녁따라 은하수 가운데 반짝이는 남십자성이 유난히 우리를 밝게
비춰주는것 같다.
몇일후에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곳으로 전출이 되어
그녀를 만남으로 인한 마음의 아픔을 빨리 잊을수가 있었고
여러달 후에 임기가 끝나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장에서 나는 그녀에게 작별의 전화를 걸었다.
"수잔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요...." 라고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녀에게 詩를 썼다.

"사랑하는 흑인 소녀야"

새까만 얼굴 반짝이는 눈동자
큰 눈망울 짙은 속눈썹,
하얀 가운을 입고
병원앞 야자수 아래 서있는 그녀는
어여뿐 인형이었다.

나를 볼때마다 생긋이 웃는 그녀의 미소는
천사의 웃음이었다.
나를 좋와하는 것일까?
내가 이방인이라는 호기심에서 일까?
그녀의 마음은 알수없지만
내가 움직일때 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망울은
내뒤를 따라 움직인다.

너를 사랑하고 싶지만
너에게 다가가지 못함은
필연적으로 와야할 이별의 아픔을
내가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너의 순결한 가슴에 상처를 남기면
용서받을수 없는
죄인이 되기 때문이란다.

사랑하는 흑인소녀야
너를 내가슴에 묻고
적도의 태양이 작렬하는
저- 바다넘어로 나는 가야만 한다.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그곳으로
먼훗날 꿈속에서라도
너를 잊지 않으마
내사랑 흑인 소녀야....

----끝---- 지금까지 읽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