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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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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huh924 2001-03-20

한낮의 기온이 40~50도를 오르내리고, 햇빛에 노출된 살 부위는
한시간도 안되어 벌겋게 부어 오른다. 춘하추동 사계절속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땅이다.
그래도 신은 이땅에도 사람과 동물이 살도록 배려를 해 주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하루에도 네다섯번씩 내리는 소나기다.
무더운 여름날에 소나기가 한줄기 내려 쏟으면, 뜨거웠던
대지가 식으면서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듯이, 이땅에도
한참동안 열대지방 특유의 소나기가 쏟아진 후에는
대지의 온도가 내려가 시원한 공기로 바뀐다.
우리가 하는 일이란 50KM 정도 떨어저 있는 금광까지, 정글속에
길을 ?域?것이고, 그길로 수많은 장비와 보급물자를 실어
나르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았든 전쟁터와 그규모가 별로
다를것이 없다. 그속에서 내가 하는 일이란 원주민 보조원
몇명을 대리고, 중간 중간에 고장난 트럭과 장비들을
긴급수리하고, 노상수리가 불가능한것은 정비공장으로 보내는
임무이다. 수천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든
정글속은 거짓이 아니고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십미터
높이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도심속에서 매연과 먼지속에서 살아오던 우리로서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세기를 되돌아가 원시인이 된 기분이다.
마누라만 있으면 내나라로 도라가지 않고 죽을때까지
여기서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작업복은 기름과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머리에 쓴 헬멧밑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숙소로 돌아올 때는
수잔을 만날수 있다는 기대감에 피로도 잊은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국땅에서의 외로움과 고?㉯습? 그녀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중이 염불에는 맘이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더니, 내가 일보다
왜 수잔에게 이렇게 마음을 두고 있을까?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숙소앞 벤취로 나왔다.
그때서야 간호원 일행이 숙소로 들어선다.
"헬로우, 수잔"
내가 먼저 수잔을 보고 인사를 하자, 그녀는 빙그래 웃으면서
철조망가에 내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헬로우, 미스터 허"
"오늘 하루 즐거웠어요?" 그녀의 표정이 약간은 피곤해 보여서
내가 물었다.
"아니요, 오후에 현장에서 다친사람이 몇명 들어와서
치료하느라고 좀 힘들었어요"
"그사람들 많이 다치진 않았어요?"
"그중에 한사람은 다리에 상처가 깊어 중상이에요
그사람은 내일 아침에 비행기로 큰 병원으로 가야돼요"
"그렇게 많이 다쳤어요?"
수많은 중장비를 다루는 일들이라 항상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나는 좀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 미스터허도 조심해야 돼요, 요즘 갑자기 다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요"
그녀는 애인이라도 된듯이 내 건강까지 염려해준다.
우리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마치 그녀가 포로
수용소에 같혀있는 나를 면회온 모습이다.
"수잔, 피곤할텐데 빨리 가서 씻고 쉬세요"
"괜찮아요 매일 하는 일인데요, 미스터허는 이번 일요일에
무슨 약속있어요?
"아니요"
"그럼 우리 강가로 놀러가요, 경치가 아주 좋은곳이 많이 있어요"
"그래요? 그럼 내가 준비하고 기다릴게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데이트 제의에 나는 좀 당황하였으나 얼떨결에
가겠다고 승낙을 하고 말았다.
이국땅에서 흑인 여인과의 데이트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