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공항에서 떠나 보냈다.
하늘은 초겨울답지 않게 높고 푸르르다. 저 푸르른 하늘 위로
날아 가는 엄마가 부럽기까지 했다.
시간을 보니 막 10시를 넘어 섰다.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서 오고 가는 사람을
바라 본다.
" 여보세요."
성민의 음성이 유쾌하게 들려 왔다. 기껏 생각해 낸게 성민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다.
"나야...수민이. 바빠?"
"어...수민이구나. 오전에 강의가 하나 있었어."
"그랬어? 이제 뭐 할거야?"
"글세.....뭘 할까?"
"여기 공항이야. 엄마 여행 가셨거든, 모셔다 드리고 ..."
"밖이구나...만나자."
그말을 듣고 싶어 이렇게 전화한건데...끝내는 내입으로 못하고
그에게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어...어디로 갈까?"
"음...신촌으로 와라. 거기서 신촌이 제일 빠르겠다."
"나도 지금 가면 1시간 걸리니까. 도착해서 전화해."
"응....있나 봐"
신촌은 늘 활기로 넘쳐 흐른다. 10년 전 나 또한 저들 처럼
기운 찬 걸음을 걸었었는데...너무나 작아진 느낌에 고개가
땅으로 자꾸만 떨구어 졌다.
" 나야. 도착 했는데...어디야?"
" 하하하...내가 먼저 도착했어. 여기 KFC 뒤쪽에 **카페야
찾아 올 수 있지?"
"응... 갈께"
어렵지 않게 카페를 찾아 안드로 서슴 없이 들어 갔다.
낯선 동네 여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과는 다르게 그를 만나는 일이
두렵지가 않았다.
" 왔어? 앉아"
" 어...좋은데... "
그는 문을 열고 들어 서는 순간부터 줄곳 시선을 떼지 않고
사람 좋은 미소로 맞아 주었다.
" 너...학생 같다. 그렇게 입고 있으니..."
그를 만날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고 있었다.
"치...보여지면 뭐해. 아줌만걸...얼굴이 살이 좀 빠졌나봐?"
"응...뭘 준비하는게 있어서...거의 밤낮이 바뀌었어.그래서
그런가부다. 뭐 먹자."
"그래, 나 스파게티 먹을래. "
"넌 핏자 아니면 스파게티...어휴..좀 써는거 먹어라"
"싫어. 그건 자기가 먹어. 내가 뺏어 먹을께."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처럼 너무나 게걸스럽게
잘 먹어 댔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은 듯 성준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먹구 나가자... 좀 떨어 진 곳에 경치 좋은 찻집이 있어.."
"늦으면 안돼. 빨리 들어가 봐야지..."
"해 떨어지기 전까지 집앞에 무사히 모셔다 드릴께요."
차가 있는 곳 까지 그와 나란히 걸었다. 생각보다 그와의 키 차이가
많이 났다. 이렇게 컸던가...
성준은 나란히 걷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자기의 큰 손아귀에
내 손을 넣었다.따뜻한 온기가 전해 진다. 한 여름에도 차가운
내 손이 부끄러 웠다.
" 저기 있다. 타자."
" 어..."
운전이 거칠다. 운전 하는걸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는 곡예를 하듯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어 달린다.
"뭐야...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
"무섭니? 노래 틀까? "
그는 락 음악을 틀고는 상체를 리듬에 맞춰 흔들어 댔다.
전혀 다른 그가 거기에 있었다. 그저 부드럽기만 했던 그에게
웬지 모를 파괴적인 모습들이 보였다.
" 여기 좋지? 카페 주위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는게...
산장 같지?"
"그러게...이런 곳에 찾아 오고 싶어도 오기 힘들겠다."
커피를 시켜 놓곤 넋이 나간듯 경치를 감상 했다.
"잠시만..."
화장실을 두리번 거리며 찾아 갔다. 화장실의 창이 유난히 큰
통유리로 되어 있고 화장실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쾌적하게
꾸며 놨다.
"와...여기 화장실 정말 환상 적이다."
"후훗..."
웃다 말고 그가 벌떡 일어나 옆으로 와서 앉았다.
"왜 이래...뭐하는거야?"
"마음 가는데로 하는거야. 널 보고 있음 만지고 싶어."
"성준씨, 오늘 이상해.... 다른 사람 같아."
"아니, 이런 모습도 나야. 난 이성으로 내 감성을 감추기 싫어."
"그건 성준씨가 그런거지...난 아니야. "
"수민아,네 머릿 속에 박힌 것들을 다 끄집어 내. 그냥
마음에서 울려 오는 말들에 귀를 귀울여 봐."
"저리가. 그건 이팔청춘 때나 해당 하는거야.비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얼굴이 화끈 거린다. 그가 내게
뭘 어쩐 것도 아니데...왜 이렇게 지나치게 반응을 하는지..
어쩌면 내가 더 속물 인지도 모른다...
돌아 오는 차 안에서 그는 한 마디 말을 하지 않았다.
몹시나 화가 났으리...
"성준씨, 내가..."
"아니, 좀 더 나를 알게 되고, 나도 널 알게 된 후에 말해."
"......."
"나 저기서 세워죠."
내려야 하는데 뭔가 그에게 말을 해야 될것도 같고...
"성...."
그의 입술에 말을 삼켰다. 머릿 속에선 아우성을 쳤지만 난 그를
밀쳐 내지 않았다. 그의 진심이 긴 키스 속에 담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