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안팍에는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이젠 익숙해진 나와 엄마 동생은 그 사람들과 상관 없이 행동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게 무지 꽤씸해 보였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에와 생각해보면 더이상의 해결책은 없었다.
"서방 어디숨기고 이러는 거야."
"내 돈이 어떤 돈인데...."통곡하는 아줌마의 모습은 안타깝기 까지
했으나 신경 쓰지는 않았다.
"난 몰라요. 당신들이 아예 여기 들어와 살아서 그 사람 만날수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어린 자식이랑 나도 살아야 하잖아요."
"이제,그만 할 수 없어요?
"나도 이 세상 이꼴보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요."
묵묵히 침묵으로 일관하던 어머니는 결국 통곡을 하셨다.
난 어린 동생을 달래며, 어머니의 통곡소리에 노래를 불렀다.
더이상 동생에게 비참함을 보이기 싫어서 였다.
우리 어머니는 포천이 고향이다.
그리고 꽤 산다는 집에서 살다가 외삼촌의 극성스러운 반대에도 무릅쓰고 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결혼은 너무나 기가막힌 인생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당신에게 남은 모든것을 빼앗겨야만 했다.
아버지의 구타는 한달에도 수없이 이어졌고 생계에 메달리는 가장 노릇까지도,,,
"엄마, 무엇하러 아버지와 그렇게 살아."
"우리 신경쓰지 말고 엄마 가고 싶은 곳으로가"
"아이고, 이 불쌍한것들"
내 동생과 나는 정확히 10년 차이다.
동생 윤지는 엄마만큼이나 가여웠다.
동생 윤지는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엄마와 단 둘이 세상에 태어났다.
정신없이 울어대는 갓난이와 제대로 몸도 못 풀고 혼자서 아이를 거두는 엄마의 모습은 나에겐 큰 충격이 아닐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동생은 여름에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끝에 집 안은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난 윤지와 잠이 들었다.
이상한 괴성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부엌 한켠에 자리잡은 냄새나는 화장실이었다.
"살려줘..윽윽"
엄마의 마지막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엄마는 날 보고 살려달라고 했다.
죽음이라는것은 결코 간단한것은 아니었다.
"아줌마,조금만 더 드셨더라도 아마 나 못 보셨을 거에요."의사 선생님은 천만 다행이라며 내 머리를 쓸어내리시고 병실을 나가셨다.
엄마는 눈물만 흘리셨다. 나는 엄마가 흘리시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다시 한번 조용히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원서 마감 2일전 난 상고 진학을 선택했고, 그 후로 졸업식때까지
학교에는 가질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내모습을 보이기 싫었고, 더 이상 학업에 열중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공부는 더 이상 나의 길이 아닌것이었다.
고등학교 임시 소집일도 난 학교를 가지 않았다.
결국 난 자퇴를 했다.
그날밤은 몹시 추웠다. 난 이를 갈아물고 나도 모르는 어떤 힘에 이끌려 지난추억과 떠올리기 싫은 모든것들을 싸늘한 바람과 함께 날려
버렸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