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고, 여느때 처럼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간간히 연제의 이유모를 무표정한 눈길을 느끼며...
"도현아... 우리 부모님께 너 얘길 했더니... 당장 데려오라셔... 어떠니? 요번주 토요일 괜찮니?"
"정말? 그래...그래... 너무 좋다..."
도현은 전화를 끊고 나서 예전의 민서 부모님을 회상했다.
가을햇살처럼 따스한 분들...
여전 하시겠지?
토요일...
민서의 부모님들은 예전과 여전한 도현을 반갑게 맞았다.
두사람의 교제도 흔쾌히 허락하시고...
민서는 도현을 데려다 주는 차속에서 내내 입가에 미소가 담뿍 담겨졌다.
"도현아... 이제 우리 결혼할까?"
민서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님께 허락도 받았으니..."
도현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일본에 갈까?"
민서의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너무나 행복해서 어쩔줄 모르는...
아.....
지금 심정으로는 빨리 일본으로 가서 너의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싶다...
그리고...
빨리 ...
너와 결혼하고 싶다...
아침도 같이 먹고, 저녁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그러다 예쁜...
우리 도현이 닮은 예쁜 아이도 낳고...
우리 도현이 아줌마가 되어가는 모습도 보고...
바가지도 끓히고...
후후...
아.... 너무 좋다...
민서는 행복하다.
너무 행복해서 ...
도현이 가만히 민서의 손을 잡았다.
자신이 할말을 민서가 다 해버려서 자신은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된다...
영한은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속의 연제의 얼굴을 확인했다.
왠일일까?
현관문을 들어서며, 영한의 보모님께 요란하게 인사를 해대는 연제를 쳐다보았다.
예전과 조금 달라진 옛친구를...
"이제 결혼해야지... 두사람 나이도 있는데..."
과일을 먹으며 영한의 부모님이 말을 꺼냈다.
연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끄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 영한이가 절 싫어하나봐요... 여태껏 데이트 다운 데이트도 한번 못해봤어요... "
영한은 묵묵히 과일을 먹었다.
영한의 계모는 눈치를 챘는지, 이야기를 결혼에서 다른 화제로 돌렸다.
네사람은 무의미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시큰둥한 얼굴로 인사하는 영한에게 야속함마저 느끼며 연제가 돌아갔다.
연제...
왜 그러니?
너가 아닌데... 너... 그거 알면서...
내가 꼭 내 입으로 얘길 해야겠니?
영한은 멀어져 가는 연제의 차가 사라질때 까지 바라보았다.
연제는 영한에게서 참을 수없는 분노를 느꼈다.
왜... 난 ... 아닌지...
왜... 서선생은 되고... 난 안... 되는지...
내가 너 곁에 더 오래 있었고...
너 힘들어 할때 위로도 많이 해줬는데...
왜... 난...아니니??????
코너를 돌아 영한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의연하던 연제는 무너졌다.
얼굴엔 눈물이 마구 흐르고,
핸들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소리내어 울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