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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BY 흥행작가 2001-01-12

언제였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주인공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여자애는 영화의 말미에 이런말을 적고 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우리집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가족들은 전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그 일이 있기 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 일이 있고 난 후에야 알았다. 세상에는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일이 일단 벌어지고 나면, 사건의 전에는 보통의 사람들은 전혀 인식조차 못했던 비포(before)의 세계로 인간은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가족에게도 비포(before)에 가깝게 위장된 애프터(after)의 세계가 올까? 아니면, 남들에게도 선연히 드러나는 비포(before)와 완전히 동떨어진 애프터(after)의 세계가 오고 말 것인가..


나는 그 해 가을 아이를 낳았다. 아들이었다. 금비를 윤호에게 남기고 둘째는 내가 데리고 왔다. 윤호는 나와 아이를 위해 얼마간의 위자료와 정기적인 양육비를 제의해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거절하였다. 내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울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지만 그것으로 내가 그 아이를 몸속에 가지고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나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다. 윤호는 끝까지 이혼을 반대했지만 나는 단호했다.

"사랑이라는 건 니말대로 식었다가 불붙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신뢰는 한번 깨어지면 영원히 다시 붙일수 없는 유리잔과도 같은 것이다. 가정이라는 것은 사랑이 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간의 신뢰가 주축이 되어 일구어져 나가는 것이다. 나는 니가 나에 대해 가졌던 신뢰를 저버렸다..이것은 지금은 묻힐지 몰라도 우리의 삶구비구비에 되살아나 바위같이 견고하다 믿었던 우리 가정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다."

이것이 이혼에 대한 나의 변명이었다.

그럼 그 때 헤어져도 되지 않겠냐고 윤호는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금비에게 그리고 우리의 둘째에게 그것은 더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