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남편 윤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남편은 아담한 체구에.. 신뢰감이 상당히 가는 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위에서 제법 성실함을 인정받는 내과 전공의 3년차였다.. 그리고 그의 가정에 대해 말하자면, 그의 아버지는 역시 지방이긴 하였지만 제법 큰 도시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내과전문의셨다..부와 명예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부모님은 모두 돈독한 카톨릭이셨으며, 아들만 셋인집에 막내아들이었다..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중매쟁이 박여사의 말에 의하면..윤호는...
"날개만 안 달았지.. 천사.."
라고 했다...
부유하고 훌륭한 가정에서 미래를 촉망받는... 게다가 놀라운 인품까지 구비한 남자.. 그런 남자가 나의 남편이 된다... 는 사실은 무척이나 가슴 설레고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나로 말할것 같으면....
물론 우리는 중매로 만났으니.. 우리 집안도 그의 집안에 비해 뒤질 것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있었던 단 한 번 미팅과 대학 4학년 2학기때부터 계속 줄기차게 이어져온 십여번의 선에서 한번도 애프터를 못 받아본.. 참으로 한심스러운 외모였다.. 물론 키가 훤칠하고.. 쌍꺼풀이 있긴 했지만.. 그리고 피부도 남달리 희었고.. 쌍꺼풀이 져 시원스러웠던 눈을 제외한 다른 코, 입 등도 뚜렷하면서 단아했지만.. 어딘가.. 남성의 환심을 사기에는 미흡함이 있었다...
게다가... 삼류여대를 근근히 졸업하고 아빠 친구분이 대표이사로 계시는 회사에 임시직으로 자리를 잡았다... 결혼전까지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남편과 나는.. 김승우를 만나기 꼭 석달전 어느 호텔의 커피샵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의 어머니와 나의 엄마.. 그리고 중매쟁이 박여사가 동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렌지 쥬스를 한 잔씩 비워낸 그들은 서둘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말이 없는 그와 유난히 내숭을 떨고 있던 나만이 빈 오렌지쥬스잔들이 흩어진 그 자리에 남았다...
그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시어머니 자리는 나를 아주 잘 본 모양이었다.. 색시가 아주 이쁘다고 하였다.. 그리고 얌전하고 조신해 보여서 더욱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색시의 엄마, 즉 자신의 아들의 장모자리가 수수한 것이 더욱더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우리의 결혼에는 아무런 방해될 것이 없었다.. 순풍에 돛단듯이...유유히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김승우를 만난지 15일만에... 그리고 우리가 선을 본지 석달 보름만에 결혼에 골인하였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대사를 준비하느라.. 잊고 있었던 나에게 김승우, 그의 존재가 다시 살아난 것은 결혼식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