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무슨 말이 그래. 헤어지라니. 왜 상호가
나랑 헤어지겠데?"
"상호지. 뭔지 그 거지같은 인간 정말.
난 지금 네가 이렇게 사람보는 눈이 없었나 싶다. 정말"
"답답해. 왜 자꾸 결론만 말하니?
머리를 얘기해야 내가 알지? 무슨 얘기야"
"너 상호가 하는 애랑 2년동안 사귀면서 무슨 얘기했냐?"
"응? 그냥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들."
"글쎄. 내가 했다고 하는 그 수많은 얘기들 중에
너희 사이에 대한 얘기같은 것 몇번해봤냐?"
"별로 안 했는데? 그냥 처음에 상호가 나 한테 했었던 말이.
전부같은데? 왜?"
"휴~우. 너 지금 몸도 그런거 다 아는데. 정말
난 헤어졌으면 좋겠어. 너 앞으로 살면서 너한테 도움이
안될 인간이야. 정말"
"진화야. 결정은 내가 하는 거고 어서 얘기나 해줘.
둘이 무슨 얘길했길래."
"내가 상호한테 다 얘기했어. 너 이렇게 힘들어하고 아파하는거
근데 애인이라는 놈은 앞으로 결혼하자고 했던 놈은
아무말도 없이 그냥 묵묵히 있어도 되는 거냐고.
한마디라도 형식적으로라도 위로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근데"
"근데 그 x가 자기가 그런 말을 왜 해야하냐고 나 한테
눈 똥그랗게 뜨고 묻더라. 나참 기가 막혀서."
"뭐? 정말 상호가 그랬어?"
"그래"
"......"
"수정아. 괜찮아."
"응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뭐."
"뭐 그럴수도 있어? 너 왜 그래?
너 상호라는 애랑 그런 일있었다고 이런 말 까지 들으면서
사귈생각이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뭐야 바보같이 그리고 나 이런 얘기까지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허허허"
"또 왜"
"개 혹시 양다리 아니냐?"
"무슨 소리야."
"넌 사귀면서 그런 눈치 전혀 못 챘니?"
"아니 그런 거 못 느꼈는데?"
"너 상호랑 만나서 주로 뭐하니?"
"그냥 차 안에서 얘기하고..."
"또 예전에 개가 돈도 빌려갔었다며."
"응"
"참...."
"왜~~"
"그냥 내가 개랑 얘기하다가 문득 느낀건데
개 다른 여자 있는것 같더라"
"얘기하는데 계속 핸드폰 울리더라. 처음엔 받더라.
여자목소리던데? 그리곤 울려도 안 받고"
"그래"
"야~! 그래가 아니야."
"내가 흥분할 문제는 아니지만 난 네 친구로써
정말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상호라는 얘를 내가 더 빨리 얼굴을 봤더라면
좀 달라질지도 몰른다는 생각도 들구"
"그래. 알았어."
"...."
"진화야. 내가 내일 전화할께"
"수정아. 미안하다. 정말. 이런 상황에 이런 얘기해서"
"아니야. 나야 고마운거지. 나 괜찮아.
나 먼저 갈께."
머리안으로 뭔가 들어오고 있었다.
시원했다. 그냥 시원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랬다가 다시 답답해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뭐지 뭐지...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진화말이 진짜일까?
발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마음이 무거웠다. 이 세상을 떠 받들고 있는 눈이
무거워 졌다.
상호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1주일이 넘도록... 나 역시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다.
상호의 그 한마디로...인해서...
힘들었다. 힘들고 지친 몸 만큼 마음도 힘들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왜 상호가 그런 말을 했는지....
그렇게 내가 항상 염려했었던 이별이라는 것이 오는 거였나보다.
이별은 싫었다. 헤어짐도 그리움도 지금도
그 그리움, 추억은 싫다.
아니 추억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때의 아픈 기억이 싫다.
세월이 흘렀어도
가슴에 깊이 패인-세월 흘러 아물어버린 상처일지라도-
작은 칼 자국같은 것은 남아서 더욱 마음를 쓰라리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