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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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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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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noma 2000-11-21

1
[ 언니가 웬일이예요? 이시간에 ]
늦은시간 그녀의 책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올케를 반가운 얼굴로 맞으며 그녀가 말하자 기운 빠진다는 표정으로 언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 오빠는 오늘 술마시고 늦을 것 같네요. 어...휴, 한 삼일 걸러 한번씩 마시나봐.
회사일, 친구들 무슨 핑계가 그리 많은지. ]
언니의 한숨소리에 그녀는 위로의 웃음을 지었다.
[ 그래도 언니한테 끔찍하잖아요. 우리오빠, 하나뿐인 여동생한테는 사사건건 트집인데 언니한테 하는거보면 인간이 저렇게도 되는구나 싶다니까. 그러니 이해해요 ]
그녀의 언니가 웃었다.
그녀의 오빠와 언니는 결혼한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가 없어 신혼같이 지내는 중이었다.
그녀와는 7살차이나 지는 오빠는 그녀가 고등학교 2학년 ,오빠가 군대 제대후 2학년에 복학한 해에 부모님이 결혼기념일 여행중에 사고로 돌아가신때부터 부모노릇을 하느라 고집센 그녀와는 늘 싸움이었다.
지금 그녀가 하고있는 J.J 책방은 엄마가 살아계실 때 부업으로 하던 책 대여점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후 팔아버리려던 것을 그녀가 고집해서 아르바이트를 두면서 겨우겨우 꾸려가다 고등학교 졸업후 그녀가 물려 받아서 하고 있었다.
그때도 대단했었다. 대학에 가지 않고 책방을 하겠다는 그녀와 오빠의 싸움은 치열했고 오빠 친구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그녀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지금은 2년전 결혼한 오빠의 신혼 생활을 방해하지 않기위해 오빠와 가까이 있는다는 조건으로 책방과 오빠집 근처에 있는 원룸으로 독립해 살고 있었다.
[ 오늘은 또 무슨일로 술 마신대요? ]
[ 글쎄 뭐, 미국에서 친구가 나왔대나....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던 친구가 아주 나왔대요. 그래서 귀국 환영파티래나, 아무튼 내가 모르는 친구도 많고. ]
언니의 말에 그녀의 가슴이 뛰기 시작 했다.
[ ...혹시...현수오빠래요? ]
[ 아가씬 아나봐요? 미국에서 살다 2년전에 와이프가 백혈병으로 죽었다던데.... 아들도 있다면서요? ]
그녀가 아무말이 없이 넋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있자 그녀의 언니는 의아해 했다.
[ 아가씨! ... 왜그래요? 근데 오늘은 책방에 사람이 없네요? ]
[ 아, 요즘 시험이라 그래요 ]
그녀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 그렇구나, 그럼 아가씨도 일찍 문닫고 들어가요. 나두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휴, 우리 신랑은 또 몇 시에 들어오시려나 ...그럼 저 갈께요 ]
언니가 손을 흔들며 나가자 그녀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현수. 그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의 첫사랑. 아니 짝사랑이래야 옳지. 그때 그는 다른 여자와 지독한사랑에 빠져 있었으니까.
어린시절부터 그녀의 집은 많은 오빠의 친구들이 드나들었다. 워낙에 화목한 집안 분위 탓인지 거리낌없이 드나드는 친구들 중에 현수 오빠는 가장 돋보이는 존재였다.
나이차가 많아 그녀를 어린애 취급하며 놀려먹기 좋아하던 친구들 틈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매너좋게 대우해주던 그야말로 그녀가 첫사랑 상대로 점찍기엔 딱 알맞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학교만 졸업하면 대쉬 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을 펼쳐보기도 전에 사랑에 빠져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해서 부모님과는 의절한채 낯선 땅으로 떠나버렸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고 한동안 그녀를 미워하고 지냈던 일로 인해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언니가 돌아간후 재이는 문 닫을 시간이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고 3때 오빠와 그 친구들 사이에서 현수오빠의 사랑은 걱정과 동시에 늘상 화제였다.
부드러우면서도 여자한테 무뚝뚝할것같기만 하던 오빠가 그렇게 격렬하게 사랑에 빠질줄은 아무도 몰랐다.
오빠들이 즐겨찾던 실내 포장마차 주인집 딸이었던 그녀와 결혼하기위해 그는 부잣집 막내아들로서 보장된 미래를 과감히 버리고 사랑을 지키기위해 떠났다.
친구들과 그녀의 가족들 몇만 모인 결혼식에서 재이는 자신의 사랑을 미쳐 보여주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그를 가슴아프게 지켜보다 옆에서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고도 슬픈눈을 하고있던
인형같은 얼굴을 한 그녀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그 이후엔 그가 어떻게 사는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들려온 그의 소식은 충격적이었고 이제 그가 돌아왔다는 말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런 종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그녀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알수있게 종을 매달아놓은 문을 밀치고 얼굴이 술에 벌개져 들어오는 오빠를 한심스럽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 도대체 얼마나 마시고 들어오는 길이야? ]
[ 왜, 여태 문 안닫고 있는거냐? ]
[ 언니가 아까까지 있다갔는데, 오빠 이제 작작 좀 마셔라. ]
[ 말버릇하고는... 너랑 나이차가 얼만데, 휴∼우, 언제나 너한테 존경스런 말투를 들어볼랜지... ]
[ 꿈깨셔...근데 오빠 ... 현수오빠 왔어? ]
그녀가 우물쭈물 묻는 말에 그녀의 오빠가 장난스런 미소를 보내는 동시에 책방문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열렸다.
[ 윤재이! 잘있었냐? ] 오랜만에 보는 오빠친구들의 목소리틈에서 그녀는 그리운 얼굴 하나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 재이, 오랜만이다. ...이제 사장님이 됐다며? ] 부드러운 미소에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 야, 재이 아직도 현수한테는 저러네. 우리한테는 거의 재원이 하고 같은 대접 아니었냐?
...하여간 잘난놈은 어디서건 대접 받는다니까. ]
친구들의 푸념에 그가 웃으며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꽃이라도 사와야 하는데...문을 닫아서 ]
그가 내민 검은 비닐 봉투를 보던 그녀는 온갖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보고 기겁을 했다.
[ 이걸 어떻게 다먹어? ]
[ 예전엔 살찐다고 그만 먹으라고 하면 하나 사주기나 하면서 그러라고 쏴붙이더니 많이 달라졌네.] 오빠의 또 다른 친구 동윤의 말에 그녀는 눈을 흘겼다.
[ 그때는 아무리 먹어도 활동량이 많아서 됐지만 지금은 먹는대로 다 살로 가는 나이라구 ]
[ 지금 나이가 몇이냐? ]
[ 스물 여섯 ] 그녀의 오빠가 대답했다.
[ 세상에, 우리 꼬마가 벌써 그렇게 됐네. 빨리 시집 보내야겠다. 재원아! 아직 사람없으면 나는 어떠냐? ]
아직 결혼전인 동윤의 말에 친구들이 재이를 감당못할거라는 둥 한마디씩 거들었다.
[ 야, 재이 그때 재원이랑 재산 싸움 할때 못 봤냐? 오빠는 집 갖고 나는 책방 가지면 되잖아? ...정말 그때는 재원이 너무 불쌍하더라. 재이 말발에 꼼짝없이 당하고만 있었잖아. ] 그녀가 책방을 하겠다고 떼쓸 당시의 얘기를 떠드는 모습에 현수가 웃자 그녀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 이제 그만들 좀 하셔, 그리구 빨리 나가. 나 문 닫아야돼 ]
그녀의 말에 또 재이의 성질이 어쩌구 하면서 다들 나갈 준비를 하자 그녀도 대충 정리를 시작했다. 그들은 아무래도 오빠집에서 2차를 하기로 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문 닫는 것을 거들어주고 오빠집으로 향하던 그들이 같이가자는 말을 거절하고 중간 지점에 있는 그녀 집앞에서 멈추자 모두들 그녀의 오빠한테 걱정들을 늘어 놓았다.
' 휴, 관심도 지나치면 사람을 질리게 한다니까.' 걱정스런 소리들을 뒤로 하고 그녀는 집앞에서 오빠들에게 인사하고 돌아서서 재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술에 취해 들뜬 분위기의 오빠들 틈에서 슬퍼보이는 현수오빠가 마음에 걸려 그녀는 그들과 동행 할수 없었다.
집에 들어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들이키던 그녀는 여지껏 가장해왔던 가슴속의 떨림이 다시 시작되자 차가운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