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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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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철부지 모모 2000-12-27

귀 신 바 위 마지막회
[제12회]



 
  



.검은 장막을 헤치고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하루를 열 즈음 이름 모를 온갖 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재잘대며 산골 마을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몇 일 전부터 아랫 골 중턱에 다리를 놓기 시작하더니 내일은 다리 공사가 끝나리라는 이장의 말이 이미 그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았다 사공은 다리를 세우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보라 치는 동장군에 추위쯤이야 어찌 견딜 수 있다지만 어쩔거나 ~ 그 긴~ 겨울을.... 그는 세워지는 다리를 보며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사공은 맥이 쭉 풀렸다 마지막으로 지탱하고 있던 지팡이를 잃은 것처럼... 나룻배와도 헤여져야한다는 생각에...... 물결같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그의 모든 것들이 나뭇잎처럼 떠내려 가 버리고 자신만이 강물 위에 홀로 남은 귀신바위처럼 세월 속에 내동댕이 쳐진 것 같았다 어머니도... 아내도... 몇 시간 후면 너마저..... 강가에는 얼음이 얼면서 또 하나의 하얀 겨울 강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새로 놓인 다리가 완성이 되었는지 시골 사람들에 투박한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한 나절이 지나면서 구름이 몰리는가 했더니 저녁무렵 손님을 잃은 나룻배 위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몇일 전부터 심한 감기몸살을 앓은 그는 거의 곡기를 넘길수가 없어 몹시 지쳐있었다 아침나절에 몇번 뱃손님을 옮겨주고는 종일 힘 없이 않아 긴 강물줄기만 바라보고 있을뿐이였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뼈속으로 파고드는 강 바람은 잎새떨군 나뭇가지를 울리며 그의 귀바퀴를 빨갛게 얼려놓고는 휘파람을 불며 지나갔다. 일어나야지 일어서야지 나룻배를 벌써 몇번째 어루만지면서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뱃전에 앉아 하늘만 쳐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날아 내리는 눈송이만이 그이 얼굴에 내려 녹아버리자 아내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의 파란 만장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마음속에 잡았던 모든 끈을 놓고 싶었다 어머니도 아내도 딸아이도 그러나 그럴수록 그들과 묶인 끈이 더 세게 조여왔다 보이지 않는 쇠사슬 처럼..... 그의 삶의 무게처럼..... 그러나 그의 짙은 속눈섭위로 쌓인 눈이 녹아내리는지 눈 언저리가 젖어 내렸다 무수히 떨어지던 눈송이들이 날개를 달고 그의 몸을 안은체 훨훨 날아오르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는 엄습해오는 추위와 현기증을 못이겨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두꺼비 같은 손이 툭 떨어지면서 그녀의 편지는 무수히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 사이로 초연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아내의 편지마저도 그를 버리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천상에서도 못잊어 그의 넋을 데리고 가는것일까 산도 나무에도 하얀 소복을 입혀놓고 돌맹이마다 하얀 눈모자 씌우고 긴세월 동안 나룻배와 묶여있던 사공의 넋을 싣고 어디론가 유유히 떠나가고 있었다 부엉이 울음소리 간간히 들려오는 깊은 산골 겨울밤은 화롯가에 둘러앉아 도란거리던 호롱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끊임없이 내리는 하얀눈만이 그의 고단한 삶을 덮어 주듯이 밤 새도록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위로 쏟아지는 아침 햇빛을 받으며 두사람의 영혼이 하얀 나라로 떠나갈때 주인을 잃은 나룻배와 바랑은 하얀눈에 묻힌체 소리없이 통곡하며 얼음장 밑으로 한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끝 ***아마 지금도 여울목에 않아 가만히 들어보면 사공의 애툿한 사랑 노래가 들리지 않을까요?*** 그 동안 귀신바위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철부지 모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