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34

[제17회]


BY owl5304 2001-01-15

요지음 수민은 재호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적당한 이유를붙여 그와의 만남을 미루었다.
수민은 재호를 아끼는만큼 그를 소유하고 싶지가않았다.
천성이 낙천적인그를 우울한눈빛의 남자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 혼자 생각할수잇는 시간을 많이주어
수민보다는 그 자신을 설득할수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싶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서로에게 좋은 계기가 되리라 추근하면서..

첫눈이 내렸다.
발목이 푹푹 빠질정도로 푸짐하게 눈이 쌓였다.
유진과 유성이는 함성을 지르며 밖으로 달려 나갔고
제리녀석은 전실문을 벅벅 긁어댄다.

제리녀석을 데리고 현관문을 나선다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나가는 제리..
아이들과 제리는 추운줄도모르고 뒹굴고..소리지르고..달리고..
난리법석..

갑자기 하늬가 생각났다.제리를 퍽이나 좋아하는 녀석..
그때 진동으로놓았던 전화가 수민의 주머니속에서 부르르 떤다.

"첫눈 오는데 뭐해요?..재호였다.
"만나자구 안할테니 일있다는 말은 말아요.

눈치도 빨라라,널 어쩜좋니..

"하늬 생각하고있었어.제리랑 놀다가..
"내생각은 안나구요?..
"물론 하늬와 넌 떨어뜨릴수 없는 관계지?..
"어이구.어이구..

"재호야 너 내일 스키장 와라.
애들데리구 스키장 갈껀데 그여자친구 데리구와라
좀 어색하다 싶으면 우연히 만난걸루하고..
"글쎄요..

"나.니 여자친구 한번 보고싶은데 ..안되겠니?
"뭐.안될건 없지만 오랜만에 꼭 이렇게 보자는 심산이 대체 뭔지..

내일정오에 스키장 매표소에서 보기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혹.혼자 불쑥 나타나는건 아니겠지?..
수민은 재호의여자친구가 정말궁금했다.
재호의 덜미를 꽉 움켜쥘수있는 그런여자이길 바라며..


"어.수의사아저씨네?
유진이는 매표소에서 재호를 발견하고 놀라는 표정을 진다.

"아저씨.여기 왜왔어요?
유성이도 한몫 거든다.
"왜오긴 임마 스키장에 스키타러오지.
"안녕하세요?
재호옆에 서있던 여자친군가.무작정 수민을 보고
큰소리로 인사부터 한다.
"아.재호씨 여자친구?반갑네요.이런데서 만나게되니..
수민은 약간의 너스레를 떤다.

재호는 유성이를 데리구 장난을 치고있고
눈이맑은 그녀는 재호의 그런모습을 보며 싱글거린다.
"유진아 너먼저 유성이랑 타고있을래?엄마 아저씨랑 언니랑
차한잔하구 곧갈께.
"안돼.아저씨는 우리가 데리구갈꺼야
엄마랑 언니랑 둘이마시구와.

재호는 유진이의 손에 끌려 도망치듯 가버리고
"김 미진 이예요 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그녀와
수민은 둘이 남게 되었다.

설경도 좋은데 굳이 찻집으로 갈거 뭐 있냐며
그녀가 스스럼없이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수민에게 건네왔다.

"재호씨 우리강아지 때문에 알게됐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친구처럼 놀아주니까..
"원래 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장난끼가 많아요.
"미진씨도 개 좋아해요?
"그럼요.재호씨도 수의사라고해서 호기심에 만나본건데..
"수의사는왜요?
"직업이 좀 특이하잖아요.옆에서 강아지 치료하는거 보는것하고
개인적으로만나서 얘길 나눈다는것이 다를것같았거든요.
근데 재호씬 치료할때 떠드는 모습이나 개인적으로 만났을때나
똑같은것 같아요.

"어떤점이요?
"의사로서의 경이감이 없어요.대체..
뭐랄까.동네약국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하하..

그녀의 웃음은 보기가 좋았다.
그냥 입을 아무렇게나 벌리고웃는 너털웃음.
수민은 그녀가 재호의 덜미를 움켜쥘수 있을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가 원하는 만큼의..

재호의 매력을 수민만큼이나 알아차린듯한 그녀의 표정이
웬지 낯설지가않았다.

"미진씨 좋은인연 만드세요.
인연이란건 우연한만남의 끈 같은 거지만 놓아버리면 금새
잊어버리니까 자주만나서 잡아다녀봐요. 어느쪽이든 끈을
놓지 않는이상 제 연줄을 가지리라 믿어요 난..

"재호씨가 좋아지긴하는데.
알수록 어려운 사람인거 같아서 힘이들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