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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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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owl5304 2000-12-08

내가원하든 원치않든 세월은흐르고
오늘이가면 어김없이 내일은 오고..

어느날 불현듯
수민에게 손을 내민 남자..
결혼생활 십년만에 수민에게 찾아든 뜻밖의 일탈..

열일곱 여자아이가 첫사랑 가슴앓이를 앓듯
이제는 멀찌기 떠나버린 줄만 알았든
그 감성의 늪이
아직은 수민의 언저리를 떠돌고 있었다.

수민은 연하의 남자가 주는
풋풋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적당히 느슨해져있던 바이얼린의 현을 조이는듯한
팽팽한 긴장감.
활과의 기막힌 조화...

수민은 이별을 두려워 하지 않기로했다.
이별따위에 겁이나 아무런시작도 하지 못하는
그런 망막함으로 세월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순간순간 다가오는 운명을
구태여 도리질하며 거부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라
운명의 힘이여
내 기꺼이 너를 힘주어 껴안으리라..
수민의 창세기는 이렇게 시작이 되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어쩌자구 남의 부인을..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된거지. 에구에구..

재호는 이빨을 빡박 힘주어 닦으며
신세 한탄을 해본다.
그러나 입안을 헹굴때쯤은 그녀에게서 올
전화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일요일 아침.
언제나 처럼 아침햇살은 재호가 누워있는
침대모서리로 눈이 부시고
하뉘가 핥아대는 통에 나른한 잠 에서의 여유로움을
털어내야했다.

하늬야, 잘잤니?..
재호는 슬그머니 하뉘의 턱수염을 잡아당기며..
하늬는 기다렸다는듯이 시트를 물고 흔들며
장난을 걸었다.

재호에게는 유일한 룸메이트자 골치덩어리
요샌 하늬의 장난끼가 부쩍늘어
가방 지퍼까지 열어서 걸리는대로 씹어놓기 일쑤다.

오늘은
수민과 개들을 데리고 공원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수민에게 전화가오고 ..
재호는 카키색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빨간 어깨끈으로 묶은 제리를 데리고
나무벤취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가로이 낮햇살을 즐기는 여유로움..
무얼 생각하는지 검은 선그라스속의 눈은 감추어진체로..

하늬를 발견한 제리는 월월대기 시작.
하늬는 제리에게 단숨에 뛰어갔다.
두 녀석의 북새통에
수민과 재호는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