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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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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장미정 2000-11-30



상처로 남지 않길 바라며..........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그리움.
사랑 하지는 않지만,
신비롭고도 찬란한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혼을 빼앗기 충분했다.

그렇게 그녀와의 멋쩍은 헤어짐이 있은 후,
일수는 집으로 돌아온 후 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없다.
아니, 전혀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자꾸 끌리기만 하는 그녀가
일수는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만만한건 병철이였다.
그 녀석으로 하여금 알게 된 그녀가 아니였든가......

병철은 부동산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는 중이였다.
유리 벽면에 온통 주택.땅 매매 한다는
광고지로 도배를 해놓은 곳.
그 가게문을 열고 들어섰다.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녀석은
몸을 일으킨다.

"웬일이냐?"

"응.....잠시 거래처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차라도 한잔 마실까 해서......"

"그래....앉아라."

"어때 요즘....거래 건수 많아?"

"그거야 아버지 일이시니.....
요즘 불황은 아니잖아.
나야뭐 주는 월급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
시키는 일이나 잘하면 되지뭐..."

"그래도, 너 일로 만들려면 제대로 배워둬야지."

"난 이 일 관심 없어.
아버지가 강제로 사무실 지켜라 하시니,
못마땅해도 월급 준다니 하는거지.
난 역마살이 끼였나봐.
막 돌아다니는 일을 하고 싶다야..
갑갑해서 여길 있을려니원...."

"그래도...견뎌봐라..잘 되겠지뭐."

"그래.....
참, 넌 어때? "

"응....나야뭐..괜찮지뭐.."

"하긴 매형이 부사장인데 뭐가 문제겠냐?
너희 누님 시집은 잘 가셨다.
부사장 사모님?
그거 아무나 되는거 아니거든."

"월급장이 사장인데뭐."

"짜식...월급장이든 주급장이든 사장이라는 타이틀
아무에게나 주냐?
그래도 서울대 공대 수석 졸업자라도 되니
그럼 감투 씌어주지. 안그래?"

"허허....그런가?"

"핸튼 넌 좋겄다. 똑똑하고 잘난 매형 둬서..."

"얌마! 난 내 힘으로 능력 키워 나갈거야!"

"아이구...어련 하실려구..
참, 근데 너....
나한테 할 말 없냐?"

"뭐?"

"딴청 피우지 말구..해주씨랑 잘돼 가냐구?"

"글쎄...근데, 넌 해주씨를 소개 시켜 준거야.
다른 여자 만나라고 해주씨 보내준거냐?"

"얌마...뭐가 그리 복잡해.
해주씨를 통해 여자들 만나보고,
제대로 된 여자 없다 싶음
해주씨라도 어떻게 해보면 되는거쥐~~
그걸 일일히 설명 해줘야 아냐?
아..답답한 놈~"

"네가 봤을 땐, 해주씨 어때?"

"당차게 보이면서도 가련하니,
꽤 봐줄만 하더라..."

"그.....래....."

"왜? 잘 안돼가? 내가 도와주랴?"

"됐어 임마! 돕긴 뭘 도와...
방해나 하지마라.....하하하"

"짜슥~ 좋긴 좋나보네...
이번엔 좀 제대로 좀해서
네 여자로 만들어....은아 같은년 만나
배신 당하지 말구.."

"뭐!!"

"아냐 아냐.. 그냥 해본 소리야
짜식~ 째려보긴..."


병철이 녀석 말처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와의 따뜻한 마음으로 주고 받고 싶었다.
일수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녀를 사랑해?"

"......"

대답이 없다.
확신이 안선다.
하지만 그녀가 좋아지고 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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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해주.......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의식적으로 눌러버린 번호.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인연 만들기입니다..."

"여보세요?"

"네..말씀 하세요"

"저...송 해주씨 계십니까?"

"송대리님요? 송대리님 부산 가셨는데요"

"부산요? 거긴 왜요?"

"잠시만요....같은 부서가 아니라서..."


잠시 대기중 멜로디가 들려왔다.
불안했다.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간 것일까?
그간 며칠 사이에?

설마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불안한 감정을 떨춰 낼수 없었다.
왠지 이번에 놓치면 그녀를 두번다시
보지 못할것 같은 예감이 스쳤다.

"여보세요?"

"네.."

"송대리님 당분간 서울에 안오신다는데요!

"왜요?"

"저희 회사가 부산 지사가 있는데,
신입사원 교육때문에 내려가 계신다네요."

"언제 오시는데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어요."

"그럼 부산 지사 전화번호로 하면 해주씨랑
연락 가능 할까요?"

"글쎄...그건 해보셔야 알것 같네요."

"네.....그럼 죄송한데, 부산지사 연락처 좀
부탁 해도 될까요?"

"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후, 직원의 친절함과 작은 배려 속에
난 그녀의 또 다른 연락처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왜 말도 없이 갔을까?'

그녀와 일수는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닌데,
일수는 해주의 그런 행동에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곧바로 일수는 그녀가 있을 부산지사에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될거라는 기대와 함께....

"여보세요? 거기 인연만들기 부산 지사죠?"

"네...그렇습니다."

"저.....죄송합니다만, 서울에서 오신 송해주씨 라는
분이랑 통화 가능할까요?"

"송해주 대리님, 말씀입니까?"

"네...."

"그 분 지금 신입사원 교육 강의 들어 가셨는데요."

"언제 통화 가능할까요?"

"글쎄.... 끝나고도 바쁘실것 같기도 하구.....
그럼,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제가 전해 드릴께요."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여긴 서울이구요.
제 이름은 김 일수 인데요.
02) 534-0000 입니다.
꼭 좀 전해 주세요."

"잠시만요....."

직원은 메모를 하는 듯 했다.

"네....김 일수씨께 전화 왔다고 전해 드리죠."

"감사 합니다."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녀에게 걸려 올 전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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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지난 후에도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직원이 전해 주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메모를 받고도 안 할 수 있을거라는
허무함이 들기도 했다.

헤어진 그 날의 느낌으로는 그러고도 남을 일이였다.
왜 점점 불안 해지는 것일까......

일수는 더 이상 그녀가 자신에게
상처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고 싶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겐 일수가 개의치 않은
존재 였나보다....
연락이 없다.
애만 태우던 일수는 내일이 토요일이라
오전 근무만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가봐야 겠다는 결심을 한다.


다음날........
무심하게도 하늘엔 비 마저 내리고 있었다.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마친 후,
그는 공항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공항 내엔 몰려드는 인파로 하여금
부산 스러웠다.
예매를 안한 탓에 자리가 있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빈자리는 있었다.
3시 20분 출발이란다.

부산........
친구 놈이 단란주점을 하기에
두번인가 가봤던 곳이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봤더니, 대략 초량 근처인듯 싶었다.

비행기에 오른 일수는 그녀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 스러웠다.

창밖은 여전히 비가 내렸다.
어느새, 비행기는 비 내리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약간 미동이 있는 듯 하더니
금새 비행기 안은 조용해졌다.

한 시간도 안되어 도착하는 곳은
송 해주.
그녀가 있는 부산땅 일 것이다.

보고 싶다.
왜 그녀는 일수가 갑자기 달려가야만 하는
그런 존재로 다가왔는지 일수 조차도 의문스럽다.

사람의 감정이란
이렇게 가벼워 질 수 있단 말인가.......
비행기는 서울땅과 점점 멀어지며
구름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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