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10월 가을의 일이였다.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엔 아낙네들의
질퍽 거리는 장화 소리와 물씬 풍기는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일수는 누구를 기다리는 듯,
들어서는 뱃머리에 시선을 놓지 못한다.
누군가 다가오며
"어여....너 일수 아니여?"
말없이 일수는 허리를 굽힌다.
"그려....아버지 기다리는겨?"
"야....."
"참, 너희집 배 내놓았다면서?"
"............'
"하기뭐...네가 뭐 알겠냐마는..."
그녀는 뒷말을 흘리며
일수 옆을 떠나갔다.
"일수야!"
아버지였다.
"아버지!"
"그려...날씨도 쌀쌀하구만 왜 나왔는겨.."
"괜찮은지라.."
"짜슥..."
일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의 손결은
언제나 따뜻했다.
하지만, 그 따뜻한 온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일수는 항상 아버지 손을 잡고
선착장 시장통을 거니는 짜릿함을 만끽하곤 했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거나,
한번씩 머리 쓰다듬어 주는 아줌마들의 손길에
일수는 언제나 어깨가 으쓱해졌다.
김 동문!
그의 아버지는 동네 유지였다.
증조할아버지 때 부터 이 섬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했으며, 효부상도 여러 개 받을 만큼
대단한 집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부자는 3대를 면치 못한다고 했든가.
한 집안이 몰락 하기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이에
일수는 어쩜 많은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어쩜, 당연히 일어날 일 일거라고
예감이라도 한듯 일수는 그렇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말없이 걸으시던 아버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일수야....너 찐빵 먹을겨?"
일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밖에 나와 있는 찜통에서 올라오는
김을 보고, 아버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보다.
시킨 찜빵이 나오자
말없이 먹고 있는 일수르 쳐다보는 아버지....
"일수야....."
"야....."
"맛있냐?"
"그라믄요...아버지도 드시지라.."
"난 괜찮혀......너 많이 먹으라잉...
근디...이 애비가 말...여...."
일수는 입안 가득 빵을 넣은 채,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보았다.
"아녀.....어여 먹거라...."
"아버지!"
"왜그랴?"
"말씀 하셔라...내도 알건 아는구만요.
하시는 일이 잘 안되시는거...."
"짜슥...언제 이래 컸는거여.."
아버지는 일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그리고, 말없이 창빡을 쳐다 볼 뿐이였다.
헤어짐......
이별은..........
또 다른 고통을 동반한 아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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