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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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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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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인디언 2000-10-25

일찍부터 잠이 깨서 그런지 다 준비를 하고도 시간이 꽤 남아버렸다. 몇번을 확인을 해도 사간은 너무 느리게 가고 있었다. 도저히 집에 앉아있기가 불편해서 30분쯤에 집을 나서 역으로 향했다. 우리집은 참 좋은 곳에 위치한 것 같다. 학교도 가깝고, 역도 가까우니 차비가 들 일이 전혀 없으니까! 역에 도착하니 50분! 10분이 남았지만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지금 안 오면 늦을텐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지연이랑 석호가 뛰어오고 있었다. 둘은 어제부터 계속 붙어다니는걸! 다른 쪽을 보니 민석이도 걸어오고 있었다. 내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해져 버렸다. 지연이가 또 보고 놀릴까봐 난 얼른 웃음을 감춰버렸다. 우린 다행히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기차를 늦지않게 탈 수가 있었고, 드디어 우리가 가려는 곳에 2시간만에 도착하게 되었다. 한적한 곳이어서 그런지 공기도 맑았고, 하늘도 유난히 맑았다. 우리가 찾아간곳은 오래된 절이었고, 그래서 가는 길이 조금은 멀었다. 그리고 길도 조금 험해서 그런지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난 발을 헛디뎠고, 그 순간 발목이 삐끗한 모양인지 발목이 무척 아파왔다.
"지영아 괜찮니? 발목을 삐끗한 모양인데 걸을 수 있겠어? 어떻하니? 아직 조금 더 가야 하는데...... 많이 아파? 한번걸어봐"
지연이 말에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리였는지 금새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며 지연이는 민석이에게 나를 업고 가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됐어. 걸을 수 있어"
"일어서지도 못하면서 뭘 걸을 수 있다는 거야. 그냥 업혀"
민석이는 아무말 없이 내게 등을 내밀었다. 하지만 난 업힐 수도 없고, 안 업힐 수도 없고 정말 난감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살이라도 좀 뺄걸 하는 후회가 갑지기 드는 것이었다.
"지영아 괜찮으니까 업혀라"
하지만 민석이의 한마디에 난 그냥 업혔다. 아니 업히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기다린건지도 모르겠다. 그의 넓은 어깨에 업힌다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민석이가 무겁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준채 업혔다. 민석이의 등은 따뜻했고, 머리카락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주위의 풍경들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민석이의 향기와 체온에 취해있었다.
"지영아? 일어나. 얘는 업혀가면서 어떻게 잠이 드냐? 일어나라"
니연이가 나를 깨우는 소리였다. 내가 민석이의 등에서 잠이 든 모양이지? 순간 놀라서 벌떡 일어나보니 민석이랑 석호랑 지연이가 웃고 있었다.
'이게 뭐야. 이제 민석이를 어떻게 보지? 아이 속상해'
난 돌아오는 동안 아무말도 못한채 창 밖만 보았다. 내일부터 민석이는 나만 보면 웃을지도 모른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일이 있은 뒤부터 난 자꾸만 민석이를 피하게 되었고, 그런 나를 민석이는 신경쓰지도 았았다. 그저 나 혼자만이 피하고 또 피해다녔다.
일학년이 거의 끝날무렵인 10월말쯤 나에게 또 다시 커다란 일이 벌어졌다. 민석이가 학교를 그만 둔다는 것이었다. 전학이 아닌 자퇴였다. 난 이유도 몰랐고, 알려고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아무도 모른채 그저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연락처도 모르는 난 그날부터 민석이를 그리워하기 시작했고, 그저 눈물만이 흘렀다. 그렇게 나의 힘든 고교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에게도 큰 일이 닥쳤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난 대학도 못 간채 작은 음반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나였다. 그런 어느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남자였는데...... 민석이었다. 민석이가 나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