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44

[제1회]


BY 인디언 2000-10-21

나의 고향은 경상도였다. 아버지의 사업으로 우리집은 좀더 넓은 서울로 옮겨야만 했다. 다행히 중학교는 여기서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니게 되었다. 근데 당연히 여고에 다닐꺼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남녀공학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각자의 교실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아이들의 틈속에 나도 있었다. 1-3반......
앞문이 아닌 뒷문으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아직 아이들이 다 들어오지 않은 교실이어서 조금은 어색했고, 어디에 앉을지도 망설여졌다. 창가쪽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얼른 아무도 앉지 않은 책상을 골라 앉고는 창밖을 보았다. 오래된 학교여서 그런지 많은 나무들과 잘 가꾸어진 화단이 나의 마음에 쏙 들었고, 그런 풍경에 취해있는 내 옆으로 의자를 꺼내서 앉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누가 내 옆에 앉았는지 몹시도 궁금했지만 차마 고개를 돌려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아무런 인기척도 내지않고,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않은채 앉아만 있었고, 난 계속 창밖만을 봐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선생님은 자리를 남녀 각각 나눠앉도록 하셨다. 말이 끝나자 옆에 앉은 그 아이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럼 남자였단 말인가?
돌아서 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조금은 큰키에 머리결이 바람에 흔들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넓은 어깨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맨 뒷자리에 앉은 그 아이를 살짝 훔쳐보았다. 뽀얀 얼굴에 참 남자같이 잘 생긴얼굴이었다. 순간 나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내가 왜 이러지? 나의 행동에 내가 놀라고 있었다. 옆에 앉은 친구와는 얘기만 할뿐 잘 웃지는 않았다. 가끔씩 미소를 지을뿐......
우리집은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걸어가기에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걷는걸 좋아하는 난 걸어가면서 학교근처에 무엇이 있는지 학교가는 길은 어떤지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가고있는데 갑자기 내 옆을 누군가가 스쳐지나갔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아이였다.
그의 넓은 어깨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