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메랑속으로.
조심히 들어서는 상희의 발걸음이 자꾸 앞서가던 재희의 뒷꿈치
와 부딪친다.
돌아보는 재희의 입가에 기분나쁜 미소가 번진다.
`왜,떨리니?'
`떨리긴...'
상희는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자신의 집을 새삼스럽게 둘러본다.
뭐하나 변한게 없다.예전 그대로의 그 답답함이 갑자기 숨막혀온
다.하지만 견뎌야지...내딸미주를 위해서.....그러면서도 두려움
에 상희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츠려들고만다.
나무하나,풀하나 잡초하나 변한게 없는거같았다.그래서 두렵다.
모든것이 예전그대로이면 어쩌나.엄마가 변하지않았으면 어쩌나.
다시 나를 사랑은 해주시겠지.그렇지만 모든것이 원점으로 돌아
가면 어떻하지.다시 이 감옥에 갇혀버리면...나는 어떻하지?
`언니...'
정원계단을 오르다말고 상희는 주저앉아버렸다.
`왜그러니,어디 안좋니?안색이 창백해..'
`엄만...많이 변했겠지?'
재희는 상희의 말의 의미를 안것일까?비웃는듯한 시선을 잠시 허
공에 던진다.
`엄마?...글쎄,만나보면 되잖아.저문만 열고 들어서면 되는데..
무섭니?보고싶댔잖아.엄마도 널 보고싶어하실거야.'
상희는 순간 찬물을 끼얹듯이 소름이 돋는다.
`내얘길 아직 안한거야?'
재희는 별수롭지않다는듯 웃는다.
`니가 그럴 기회를 안줬잖아.다짜고짜 전화해서 엄말 만나겠다
고 해서 온거아니니.안그래?'
숨을 크게 들이쉬며 상희는 천천히 일어났다.
`엄마는 그러니까....내가 온것도 모르겠네?'
`걱정마.널 반기실거야.'
재희는 앞장서 당당히 계단을 올라 저택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상희는 결심하듯 발걸음을 옮긴다.
집안에는 일하던 여자 둘이 있었다.낯설듯이 상희를 보더니 재희
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상희가 말없이 어느방으로 들어서려하자
`엄마방은 이층으로 옮겼어.이층에 계셔.니방에 말야.'
상희는 돌아서서 재희를 보다가 계단쪽으로 향한다.
`상희야.'
재희가 부른다.
`서둘를거 없잖아.좀 앉아.내가 먼저 올라가볼게.'
`그럴거없어.언니말대로 엄만 날 보면 반기실거야.그럴거야.분명
히...내가 직접말할래.'
`잠깐 앉어봐.엄만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았어.내가 먼저 올라가
볼께.'
재희는 상희를 지나쳐 계단을 올라갔다.순간 상희의 눈에 벽에
걸린 사진한장이 눈에 들어왔다.
재희와 엄마가 나란히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였다.상희는 없었다.
아무것에도 상희의 존재를 기억할만한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몇분만에 재희가 내려왔다.
`미안해.상희야.엄만 지금 혈압이 높아지셨어.다음기회를 보자.'
`내얘기를 했어?'
재희는 말못하고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애써 다정하게 상희를 껴
안는다.
`우리 사인 너무 오랜 시간이란 공백이 있었어.엄마와 난 얼마
나 널 기다렸는지 몰라.너도 조금만 기다려줄순 있잖아.안그래?'
상희는 집을 나왔다.겨울햇살이 이렇게 따가울줄은 몰랐다.
그래,기다리자.기다리는게 뭐그리 어려우랴.백번이든 이백번이
든 난 그녀에게 무릎꿇고 머리 조아리며 빌것이다.
이젠 희망이 없다.나와 미주가 살길을 이젠 찾아야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