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다시 원점으로.
일요일아침은 비가 내렸다.
상희는 우산에서 구두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서있었다.
드디어 예배당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몰려나왔다.모두다 무언가로 잔뜩 무장한 충만한 얼굴
들이였다.
상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열심히 누군가를 찾는다.
드디어 반가운얼굴이 두눈에 들어왔다.재희...몇년만에 보는 그
녀의 언니...다행이 그녀는 혼자 계단을 내려오고있었다.
`언..언니...'
감히 내?b지못한 말들은 상희의 목구멍에서 그대로 잠수해버린
다.
재희는 핸드백에서 차키를 찾는거같았다.약간 신경질적인 눈썹
이 치켜올라가는 모습도 예전그대로다.
재희가 차키를 돌리려는순간,그녀의 육감일까,아니면 자매간의
텔레파시가 통한건가....
재희는 신기하게도 몸을 돌려 나무밑에 서있는 동생을 발견한다.
그녀의 얼굴은 순간 싸늘하게 식는듯 보였지만 이내 얼굴전체가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펴지고있었다.
근교카페.
상희는 신기해서 재희를 쳐다본다.
`이젠 이런데도 다니네?'
상희의 말에 재희는 입술을 오무리며 케익을 먹다 풋웃는다.
`그동안 어떻게 된거야.대체...니가 무슨짓을 했는지 알어?'
동생을 나무라는듯한 재희의 말투는 웬지 상희를 당황하게했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어투,표정...상희는 잠시 눈을 간헐적으로
깜박이다 어색하게 웃는다.
`말투가 엄마를 닮아가네?'
장난스레 내?b긴했지만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였다.
`나름대로 엄마가 얼마나 널 찾았는지 아니?'
`엄만...오늘 예배보러 안오셨어?'
재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렵게 말을 잇는다.
`엄마...좀 아프셔....요즘은 집으로 목사님이 거의 찾아오셔.예
배당경영은 내가 해.그래서....'
목사님이라는 재희의 말에 힘이 들어가있다.상희는 죄책감에 고
개를 떨구며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제 다 뉘우치고 온거니?'
상희는 알수없었다.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언니...따뜻한 성격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녀를 이해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었던 언니였는데 왜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지...세월탓인
지,아니면 그녀도 나도 둘다 서로 다른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서
로 다른모습으로 만나서 그런것인가.
편치 않다.자꾸만 재희가 아닌 그녀의 엄마가 내앞에 앉아 있는
것같다.
`언니....엄마,아직도 나 많이 미워하지?'
재희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다 탁자위에 있는 상희의 손을 쳐다본
다.
`고생많이했니?'
상희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만같아 고개를 돌렸다.
누구를 만나도 언니든 엄마든 그누구든 당당하고 쾌활해야된다
고 그렇게 마음 먹었는데...바보같이,바보같이 들켜버렸다.
약하고 초라한 모습...어린시절엔 안그랬다.
항상 언니보단 상희가 더 튀고 돋보였다.수줍고 내성적이고 무엇
하나 상희에게 뒤쳐지던 재희...상희는 밝고 명랑하고 당찼다.
그래서 항상 엄마의 사랑은 그녀의 것이였다.
그런데 왜이리 초라해보일까.화가 난다.화가 나 미치겠다.
`엄마를 보고싶어.'
상희는 결심하듯 재희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그래,그러니?....그래,그럴거야.당연하지...하지만...'
재희는 커피잔을 입가에 한참 댄후에 상희를 쳐다본다.
`아직은 엄마가 몸이 불편하셔.먼저 내가 기회봐서 말해볼께.아
마 엄마도 정말 기뻐하실거야.얼마나 널 예뻐하셨니?그래.그럴거
야...연락처있니?대체 어디서 사니?서울에 쭈욱 있었던거야?'
`엄마...어디가 아픈데?'
`그사람과 같이 있니?아직도?'
재희의 말은 한동안 두자매를 침묵으로 묶어버렸다.
`행복...했었지?그렇지?
그런 질문들,나에 대한 모든것 물을수도 있다.언니니까...
그런데...상희는 현기증에 눈을 뜰수가 없다.
언니가 낯설다.변해버렸다.모르겠다.차가움...뭔가로 딴딴히 무
장한 신의 전사....느낌도 온기도 전혀 느껴지지않은 뭔가가 이
상하다.엄마에게서나 느껴지던 그 싸늘함같은거....이상했다.왜
지?왜 언니에게서 그걸 느끼지?
상희는 억지로 애써 쾌활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럼,행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