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서로 다른 과거.
상희는 광구가 문닫고 나가는 소리를 듣고서야 바닥에 주저앉았
다.
광구라는 남자의 표정이 지워지지않는다.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건만 남자는 자신에게서 뭔가를 끄집어 내
려고 간절히도 바라본다.
4년동안 거의 그남자와 눈조차 마주치는게 거슬려 무시했었건만
웬일인지 아까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그표정은 쉽게 제쳐지지않
는다.
상희는 고개를 흔들며 떨치려한다.그러다 갑자기 거의 열어본적
없는 자기의 오래된 가방을 옷장깊숙히에서 찾아낸다.
이젠 돌아가야돼.....모두다 잊어버렸을꺼야.....엄마도 나를 보
면 지난날을 후회할지도 몰라.....다시 예전처럼 나를 끔찍히도
사랑해주시겠지.....그러나 문득 미주를 돌아본다.
상희의 표정은 일순간 흔들린다.다 너를 위해서란다....너를 이
시궁창같은 곳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엄마는 너의 할머니를 용
서할거란다.너의 아빠의 유언대로말야......
할머니도 너를 귀여워해주실거다.자기의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칠
거야....그럴거야.....
상희가 사춘기시절.
상희는 몸이 약했다.그래서 잦은 감기로 1년내내 고생했지만 병
원에 가진 못했다.
집이 가난해서도 아니였다.당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해서 크게
돈을 번 어머니덕택에 정원달린 큰 저택에 부족함없이 살았고 그
녀를 돌보던 여자가 둘이나 딸려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행복할수가 없었다.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학교에
보내지도않았고 아프다고 병원에 데려가는 법도 없었다.
학교에 보내는 대신 명문대박사과정급의 과외교사가 드나들었고
그것도...모두 여자였다.그녀의 집에는 모두 여자들뿐이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교집단의 맹신주의자였다.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는 고스란히 상희와 그녀의 언니의 원죄가 되었다.그녀의 어
머니는 중학생쯤되던 나이에 임신을 해서 딸만 둘을 났다.
그리고 남자로부터 모진 매와 학대로 고통스런 삶을 살았고 이혼
까지 당했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남자라면 모두 마귀의 자식쯤으
로 알았다.그래서 상희와 상희의 언니가 자라면서 남자들의 접근
은 어림도 없었다.
어느날 상희가 고열로 무척 아팠을때였다.난생처음 그녀의 집에
남자가 등장했다.
그녀보다 배이상은 나이가 들었었지만 상희의 눈에는 경이로워보
이기까지했다.
더구나 신기하게도 그녀의 어머니조차 그를 천대하진 않았다.그
녀가 유일하게 믿는 목사님이라고 했다.
그남자는 상희를 위해 기도해주었고 안수도 해주었다.아버지없
이 자란 상희는 그앞에서 순한 양처럼 온순했고 그녀의 어머니에
게 졸라 그로부터 성경학을 배우기로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렇게 잔소리해도 종교에 관심없던 상희가 변
하는 것같자 기뻐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그녀의 금남의 집에 드나들던 남자.그녀의 스승이기도
했지만 상희의 마음속의 그는 목사도 아니였고 스승도 아닌 남자
일뿐이였다.물론 그는 결혼도 했고 가족도 있었지만 그집 그방에
서 교육받는동안의 그는 오직 그의 남자였을뿐이였다.
사춘기호기심많은 시절이였다.그리고 상희는 그녀의 언니와 달랐
다.모든것이 갇혀있고 알고싶은 어떤것도 알수없었지만 상희는
그를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고싶었다.그는 착했고 강하지는 못
했다.그래서 상희는 그를 감옥으로만 느껴졌던 그집을 벗어날수
있는 수단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결혼 1년만에 이혼하고 다시
그성으로 돌아온 상희의 언니는 그런 상희의 마음을 알았는지 안
스럽게 안아주며 밤새 울었다.
그리고 우린 떠났다.그녀의 어머니는 갖은 독설과 저주를 퍼부으
며 우리둘다 세상어디로 도망쳐도 그녀의 어머니의 신의 저주에
서 벗어나지 못할거라고 했다.상희는 그녀의 처녀성을 그에게 바
쳤고 예쁜아이도 낳았다.세상은 별천지인줄만 알았는데 미주를
낳는 순간부터 고통은 시작되었다.그녀의 어머니 저주대로 얼
마안되서 그남자가 죽었고 상희는 이렇게 동굴속에 숨어서 숨죽
이며 살고있다.그러나 상희는 기다렸을뿐이다.다시 그곳으로 돌
아가고자하는게 아니다.조금만 넉넉해질수만 있다면....상희와
미주가 보다 밝은 곳에서 조금만 넉넉하게 살수만 있다면 이번
엔 그녀의 늙은 어머니를 이용할생각이다.
상희는 떨리는 입술을 아프게 깨물며 눈물을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