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가 그녀를 떠나지못하는 이유.
상희는 초저녁쯔음에야 어디서 뭘했는지 꽤나 지친 모습으로 돌
아왔다.
광구가 미주에게 라면을 먹이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웬일인지 모
른체한다.
`밥은 먹고 다녀요?'
광구는 조심스레 건네본다.
얇은 입술만 꾹 다문 상희는 미주의 입가에 있는 라면국물을 발
견하고는 화장지를 찾는다.
그러기도전에 미주는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해버렸다.
화장을 지우던 상희는 거울속의 미주를 한참 보면서 한숨을 내쉰
다.
`의논할게 있어요.'
광구는 굳은 결심을 한듯 그답지않게 상희를 정면으로 바라보았
다.
약간 놀랐는지 상희는 광구를 빤히 쳐다보다 의외로 순순히 자리
에 앉는다.
`미주는 일찍자라...(광구를 보며)여기서 말예요?'
웬일인지 상희는 오늘따라 지쳐보였다.
강철같고 송곳같아 너무나 두려웠던 존재....무엇보다 자신의 존
재를 아예 인정조차안하던 여자...누구나 이해못한다.그럼에도
그가 그녀를 받아들이고 떠나지못한 이유를......광구스스로도
이해하고있지않으니까.세상사 모든것이 이유가 있어야하고 이해
를 필요로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기에...처음 내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아이를 보고 잊혀지지않고 눈에 밟히고 무시받더라도 함
께 있을수있는 것이 이유라면 이율까?
허허...광구는 웃는다....아주 허탈하게....
광구는 지난날이 떠올라 더욱 허기진 웃음으로 자신을 달랜다.
이여자는 왜 자신이 무슨 이유로 옆에 있는지 이유가 궁금하기나
할까?아니...최상희....넌 평생 죽어도 기억조차 안할것이다.그
렇게 넌 날 이용하고 결국에는 떠나버릴거라는거....난 안다.
광구가 여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광구가 신학대를 다닐때였다.벌써 7년전일이다.
어디하나 의지할곳이라고는 없었기에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
는 택시운전을 했다.강남 신사동근처에서 술에 취한 한여자를 태
웠다. 밤이였고 그여자의 옷차림새나 화장한 얼굴을 봐서는 20대
초반일거로 착각했다.여자는 무작정 아무곳이나 데려다달랬고 1
시간가량을 달린후에야 그녀는 1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내밀었
다.그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그는 당황했다.아니,알았
다.그냥 순진한척 그여자에 이끌린척 그는 그여자를 따라 호텔
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서 관계를 맺고나서야 그는 경악했다.
여자는 이미 결혼한 남편도 있는 30대주부라고 고백한다.여자는
그후로도 간혹 연락을 해왔고 광구는 부끄러운 방법이였지만 그
녀에게 돈을 받고 관계를 맺었다.분명 그순간에는 광구스스로 그
녀를 사랑하게 됐노라고 느끼고싶었을것이다.그래야 덜 굴욕적일
테니....
그러나 사람관계란 참 이상하다.처음엔 그녈 만나는 자체가,여기
저기 외진 모텔로 들어가 섹스를 하고 댓가를 받는다는 자체가
그에겐 어쩔수없는 선택이라고 자위했건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에
게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어느날이였다.자정무렵 그여자가 너무 보고
싶어 집앞에서 기다렸다.
전화를 하니 어린 소녀가 받는다.얼른 끊고 싶었지만 무슨 용기
로 그녀를 바꿔달라고 했다.어렴풋이 여자의 고성과 뭐가 깨지
는 소리도 들려왔다.소녀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얼마지나서인가?
대문을 열고 누군가 나왔다.광구는 얼른 헤드라이트를 켰다.
그러나 그녀는 아니였다.중학생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여자아이는 창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여자는 돈뭉치를 얼굴에
던진다.광구는 한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멍했다.더욱 경악할 그다
음말이...
`우리이모 만나러왔죠?이모 오늘 아침에 자살했어요.다 아저씨때
문에요.아저씨랑 이모랑 이상한관계라면서요?엄마가 이돈 먹고
다신 얼씬도 말래요'
광구는 평생잊지못할것이다.어린 아이에게서 나오는 그 독기서
린 표정과 말들을......
그후 그는 자퇴를 하고 시골로 숨었고 7년후에 그어린아이를 가
게에서 다시 본것이다.....다행히 그녀는 기억못하고 있다.
거짓말같다......다 거짓말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