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희망없는날.
상희는 통장의 빈잔고를 확인하고는 은행을 나왔다.
어린시절 숨바꼭질하던 기억이 있다.
그녀는 가위바위보를 잘했다.
운이 좋았다고는 생각하지않는다.
그녀는 게임의 법칙을 알았을뿐이였다.
또한 잘숨는 방법또한 안다.
그래서 항상 마지막까지 남는건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원할때만 술래앞으로 나온다.
원하지않을땐 해질녁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난후 엄마,
아빠가 암만 찾아다녀도 한참만에 유유히 나오던 아이였다.
내가 숨고싶을때 숨고 내가 나오고 싶을때 나온다.
상희는 까페에 앉아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다.
집을 나온지 5년이 넘었다.
난 나혼자가 아닌 나를 잡으려는 술래와 숨어버렸다.
그런데 그술래는 그런 나를 쉽게 떠났다.
아직도 그가 가던 그밤을 생각하면 사지가 쭈볏해진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그밤.그 냄새나는 여관.울어대던 애기.
피를 토하던 내남자.....검은자위를 덮는 그의 핏발선 흰자위.
두려워하던 나를 잡으려고 필사적이던 시체같은 팔들......
`나를 잊어...나를 잊어.....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상희야.너
의 엄마를 용서해.....'
구석으로 피하던 나를 향해 마지막으로 울며 하던 그의 말들....
소리내지도 못하고 어깨만 들썩이며 나는 그가 가는 마지막까지
손한번 잡아주지도 않았다.
그순간엔 그의 병균자들이 무서웠다.
애기를 본순간 살고싶었으니까..
그러나 문을 따고 들어닥친 사람들이 경악하며 그녀를 끌어낼때
그녀는 그제서야 실감했다.
아..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구나.....
슬픈것도 아닌것이 간절한것도 아닌것이 다시 한번 묻고싶었기
에 정말...정말 우리가 죄를 지었던 것인가를.....모든걸 포기하
고 버림받고 그를 따랐는데, 술래가 존재하면 엄마를 피해 내가
숨을 이유가 있었기에.....
엄마는 평생을 나를 위해 저주를 퍼붇다 죽을 것이다.
그녀는 독실하다못해 지나친 맹신주의자였다.
그것보라구....주님의 뜻을 거역한 너가 택한 결과를 보라구...
원죄를 저지른 너는 평생 불행할것이라구......
너의 스승이고 유부남인 그남자를 꼬드겨 인륜을 어기고 천륜을
저버린 너의 원죄의 결과로 남자가 죽었다고 독설을 퍼붇을것이
다.
그러나 그술래도 사라지고 내가 숨을 이유가 존재하지않는 지난
4년 나는 쉽게 예전처럼 그녀에게 모습을 드러낼수없었다.
그녀의 독설과 저주를 인정하고싶지않아서였다.
그냥 잠시 내몸을 덮어줄만한 넝마가 필요했고 그 광구라는 남자
가 그역할을 그럭저럭 해주었다.
하지만 커가는 내딸 미주를 보면서 더이상은 내딸마저 그 냄새나
는 넝마에 감춰둘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광구를 이용했던 것처럼 난 또다른 선택을 해야한다.
벌써 5년이 흘렀고 엄마는 늙었을것이다.
사람이 늙으면 마음이 약해지는법.더구나 손녀딸마저 보면 지난
날을 후회할수도 있다.
그러면 예전처럼 그 큰집에서 아무 불편함없이 넉넉하게 우리 미
주를 키울수도 있다.
상희는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연락을 해야한다.이젠 돌아가야 할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