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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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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BY 이나래 2000-10-18


행복에 익숙한 사람은 다음에 또 행복이 찾아와도 당연히 받

아 들일뿐, 크게 기뻐하거나,특별히 고마와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불행에 젖어 사는 사람에게는, 늘 찾아오는건

불행 뿐인데도,겪을 때 마다 늘 최악이라고 느끼며 산다. 그

러다가 가끔씩 행복이 찾아 올때도 그건 내 몫의 행복이 아닌

것만 같아서, 또 언제 흔적도 없이 달아날 것만 같아서 느낄

때도, 받아 들이는 것조차도 조심스럽고, 두렵기 조차 하다.







그 즈음의 내가 그랬다.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복이란걸

잘 알지만, 지금의 이 행복을 붙잡기 위해서 내 나머지 목숨

이 필요 하다면,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감기 바이러스가 되어서라도 내 속에 머물고 싶단 그를 받아

들이면, 내게 당장 벼락이 떨어진다 해도, 그를 받아 들이고

싶었다.

사랑은, 사람을 그렇게 용감하게도 만들지만, 또 그처럼 무

모한 것이기도 했다.


그가 날 행복속에 빠뜨려 놓았던 말들......


(내가 선배한테 전화걸 때 몇번 누르는지 모르죠?)

(음... 1 번, 아님 0 번 이겠지)

(땡!)

(어! 왜 아냐?그럼, 몇번짼데? 나 말구두 1 번이 있단 말이

지?)

(어휴! 또 삐져요?)

( 내가, 뭘?...)

( 그것두 못 맞추면서 삐지기는...4 번이예요.)

(2 번두, 3 번두 못되구 4 번이야?)

(그래요, 4 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4 .

이 세상에서 내 유일한 천사.1004 를 줄여서 4 . 이제 내

깊은 뜻 알겠어요? 선배한테는 나, 몇번 이예요? 음, 1 번

은 당연히 사장님 일꺼구...)

(너, 6 번. )

(...겨우 6 번째 취급 밖에 못받아요?)

(치, 깊은 뜻은 너만 있니? 나두 얼마든지 있지. 너 처음

만날 달두 6 월이구, 니가 내 손 처음 잡은 것두, 1 년 지난

6 월이였구, 너 갑자기 없어졌던 달두 6 월이야.)


* * * * *

(선인장이 선배 닮은거 알아요? 처음에 대구 와서 선배 생

각하면서 매달 화분을 하나씩 샀어요. 꽃집에 가서 선배 닮

은 꽃을 고르려니까 선인장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겉엔 가

시 투성이지만 속엔 물로 가득 찾대요.화분이 24 개가 되면

그거 다 가지구 선배한테 갈꺼예요.)

( 이젠 나를 꽃장사까지 시키려구?)

(어휴, 누가 장사하는 아줌마 아니랄까봐 뭐든지 팔 긍리만

한대니깐.누가 선배한테 준다는 말이나 했어요? 화분을 고르

면서 이쁜 화분이 골라진 날은 다음 달 내내 선배도 이번 달

엔 이쁘겠구나, 좀 시들해진 화분을 사게 되는 달은 이번 달

엔 좀 아픈 모양이구나,그러면서 날짜가기만 기다리는 거죠.

선배는 날 위해서 2 년 동안 뭘 할께예요?)

( 내가 뭘 하면서 널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