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내게 남은 삶의 의미(7)
울지도 않는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하지만 나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릴 수가 없었다. 눈물만 메마른게 아니라 말도 잊었
다. 나는 나은이를 보내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화장터로 가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은이의 친구들이 찾
아 왔었다. 사랑했던 친구를 위하는 그 아이들의 마음에 대한 부
모님들의 고마운 배려 덕이었다.
언제나 나은이를 위해주던 착한 수지도, 깔끔한 새침떼기 다래
도, 가끔은 짖꿎은 장난으로 나은이를 울렸지만, 나은이를 주기
위해서 아끼던 그림책을 들고 온 우혁이도, 모두- 친구를 하늘
로 떠나 보내기에는 버거운 나이였다. 나는 혹시나 그 아이들 뒤
로 나은이가 뛰어 들어오는 건 아닐까,,이 모든 게 꿈은 아닐
까,,하고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었다.
잠들었다 깨면 꿈이라고 누가 말해주길 기대하고 잠을 청해도,,,
모든 건 다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오직 단 하나,
내 딸은 떠나고, 나는 남았다.
"아줌마, 아줌마..."
벽에 기대어 앉아 나은이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수지가
옷자락을 당기며 말했다.
나는 말없이 왜 그러느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아줌마, 나은이요, 하늘에 계신 아빠한테 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은이는 이제 천사가 된 거예요?"
나는 수지를 왈칵 끌어안았다.
-그래, 수지야, 나은이는 천사가 된 걸꺼야....
작은 나은이의 몸을 태워 가슴에 안았다. 그의 어머니는 화장터
로 찾아와서 나를 붙들고 울며 소리쳤다.
"내 업이다,,내 업이야! 용서해라,,용서해..."
그러나 나는 말없이, 작은 상자에 한 줌 재로 변한 나의 딸을 가
슴에 안고 길을 떠났다.
비까지 내리는 적막하고 외로운 밤길이었다.
혼자 산길을 걸어도 나는 아무 것도 무섭지 않았다. 전에는 겁
이 많아 깜깜한 밤에는 긴장하며 걸었었는데..., 어디선가 들리
는 밤새소리나 수상쩍은 동물의 울음소리도 나는 무섭지 않았
다. 마른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내리쳐 나를 딸아이 곁으로 데려
가 준다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론가 발을 헛디뎌 낭떠
러지로 떨어져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
는 죽지 않고 길을 걷고 있었다. 자식은 전생의 원수라고 했던
가, 나에게 앙갚음하려고 태어나, 내 애간장을 녹이고, 그 원한
을 갚으려고 내 앞에 죽어간 거라고,, 그러니까 이제 그 업에서
놓여나라고,, 아줌마가 그랬던가...그러나 나는 그 아이를, 그래
도 다시 만나고 싶었다. 어디선가 나은이가 엄마하고,,소리치며
웃으면서 나타날 것 같아, 나는 자꾸만 사방을 둘러보며 길을 걸
었다. 나를 염려하여 산 중턱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노스님은, 나
를 발견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셨다.
나는 상자를 내밀며 스님에게 물었다.
"이 아이, 이제 행복할까요?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