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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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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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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혜란 2000-08-29

아, 어쩌지...

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 일행은 어느새 둑방다리앞에까지
다다랐다. 저쪽서 영득이와 남학생들이 함께 오는걸 곁눈질
하면서 운동화앞끝으로 발밑을 톡톡차고 있었다.
우리앞에까지 바짝다가온 남학생들 중에서 키작고 귀엽게
생긴 학생이 말을 꺼냈다.
" 몇학년이세요? "
선옥이가 받아친다. " 그러는 그쪽은요?"
" 저흰 00중학교 2학년 인데요."
그 중학교라면?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버스로 두정거장쯤
떨어진 곳이였다.
" 저희도 전부 2학년 이예요."
다들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f다.
남학생들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처음본 애들보다 어리다고
말하긴 싫었다. 또래보다 큰키에 초등학교 학급임원등을
하면서 자존심만 키워온 나였다.
" 아, 예 반갑군요, 저희 지금 분식집 가려는 중인데 같이
가시겠어요. 돈은 저희가 내죠"
떨떠름하게 대답한 나와는 달리 그학생들은 정중하고 예의
발랐다. 2학년이라고 거짓말까지 내가 했으니 뒷일은 내가
맡을수 밖에...
" 야, 니들 갈꺼니? "
대담한척 큰소리로 물었지만 내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수런수런 각자 무리를 져서 의논하고 있었다.
"야, 2학년이라고 거짓말하면 어떡해?"
또 맘약한 현영이가 먼저 입을뗀다.
"그럼, 어떡해, 우린 1학년인데요, 오빠들 그래야 됐냐?"
" 야, 괜찮아, 재네도 거짓말 했을지도 몰라"
어 거짓말? 그래, 재네도 거짓말했을지도 모르잖아.
선옥인 항상 낙천적이고 솔직했었다. 선옥이의 그 한마디에
우리는 깔깔거리며 재네한테 바가지 씨우기로 합의봤다.
" 저기요, 우리가 잘가는 분식집으로 가면 안?튿楮?"
역시, 선옥이는 분위기를 잘 맞춘다니까...
" 아, 예 잘아는곳 있으시면 그리고 가죠"
앞서서 걷는 우리 한 뭉텅이, 뒤에서 따라오는 또 한뭉텅이
지나가는 아저씨들의 시선을 괜히 피하고 싶었다.
후다닥 우리학교 학생엄마가 한다는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늘 우리가 앉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뒤따라온 남학생들은 두리번거리다가 다른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우리넷이 늘 앉던자리에 앉고 보니, 남학생들은
자연 다른테이블로 갈수 밖ㅇ에...
옆 테이블을 의식해서인지, 애들이 잘 먹지를 않는다.
평소 떡볶이 후라이팬을 싹싹 긁어 먹던 애들이었는데
"야, 니들 왜 안먹냐?, 이쁘게 보일려구 일부러 안먹냐?'
내가 심술궂게 물었다. 애들은 뭐 다 아니라고 하지
배가 부르다나, 너 많이 먹으라나, 좋아 내가 다먹지 뭐
와구와구 입주위에 쫄면사리먹다가 튄 고추장국물까지 뭍혀가
며 먹었다.
" 저, 거의 다 먹었으면, 자기소개좀 하죠, 아까 저희를 보고
손 흔든게 아니라는건 영득이 한테 들었습니다"
`영득이` 떡볶이 한번 사주더니 아예 말 놓는군.
"전 선옥이예요. 이선옥."
"영득이 이름은 알고, 그쪽은요?"
"네, 저 저는 김현영 인데요."
이그 저 기어들어가는 꼴 좀 봐
"전 혜란이예요. 그쪽, 이름좀 압시다"
계속 미운짓을 했으니, 난 이제 폭탄이었다. 뭐 어때?
지들하고 사귈것도 아닌데..
" 네, 전 김성태라고 합니다" 작고 귀여운 애였다.
약간 혀짧은 발음이었다. 얼굴하고 어울리는군.
" 저는 이종희, 저는 김성환, 그리구 예는 김주경이예요."
김주경, 어라 재는 왜 자기소개를 남한테 시켜, 지가 뭐라
고. 불만섞인 눈으로 째려봤다.
바짝 마른 몸매에 쌍거풀없는 눈, 꼭 다물고 있는 입,
위에 받쳐입은 청헤지 남방이 아주 깔끔해 보였다.
발팔티에 아무렇게나, 코티시킨 애들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야, 제 ?I찬아 보이지 않냐?" 솔직한 선옥이가 조그맣게
물었다.
"?I찬긴 뭘, 다 그저 그렇다, 애 차라리 저 조그만애가 더 귀
엽지 않냐?" 또 맘에 없는 엉뚱한 말...
왜 나는 솔직하게 남의 의견에 맞장구 칠수 없을까?
굳어져 버린 자존심때문일까?
사실, 제가 젤 눈에 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