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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집착


BY self 2000-09-23

북적북적시장통

수줍고 희미하게 비춘 초생달이 시장통 담장너머의 초등학교
나무 가지위에 걸리고
뒷편에 아름다운 노을이 북적북적 시장통의 소란스러운
움직임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왜 채소장사를 하다 말고 하늘을 쳐다 봤는지
모르겠다.
젊은 여자는 봄에 마음이 움직이고,늙은 여자는 가을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하더니...
내가 이젠 늙기는 늙었는가보다 생각하고 혼자 씁스레한 웃음을
웃었다.
순간,무엇인가 자유롭지 못하고 장사도 하기 싫어지며
편두통이 심해 왔다.


오늘 북적북적시장통의 상인은 하루종일 나라와 경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찮은 밑바닥 서민인 우리네가 나라를 걱정하는걸 보면 분명
이 나라가 문제가 있긴 있는가 보다.
후라이펜 남자는 오늘도 술에 취해 누군가에게 트집을 잡을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돌아다니고...
내 가게 맞은편 튀김집 여자는 오늘도 카세트에 흘러나오는 가수의 목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도르토 음악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야 글쎄..은행에 돈이 하나도 없는가 보다.."

노래를 부르다 말고 그녀는 나를 보고 말했다.
옆에 과일집 여자가 맞장구 쳤다

"노벨평화상인가 뭔가 미쳐서 나라를 다 팔아먹는다고 하더라"

여자들은 어디서 들은 말인지 주거니 받거니 근거 있는 말인지 모를말들로 난리들이다.

"마한놈들! 지 자식은 굶기고 남의 자식 생각한다고..
나라가 이 지경이 된줄도 모르고 북한 도운다고
완전히 짝사랑만 하고 있잖소.."

옆에 지나가던 어떤 남자가 한마디 거들고 지나갔다.
그러자 신발집 여자가 되받았다.

"그런소리 하지 마세요..아저씨 가족이 남북으로 헤어져 가슴아픈 사람 이 있으면...그런 생각 하겠어요?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통일이 되어야돼요.."

또 다른 여자가 말했다.

"우리가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을 도와줘야 해요..."


그 말을 듣던 시장통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고 시끌시끌 이야기 했다.
마치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처럼....

오늘도 시장통은 난리가 났다
북적북적 시장통엔 은행직원들이 찾아와 날마다 예금과 적금을 받아가 통장에 입금 시켜준다.
상인들은 은행에 갈 시간도 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처에 있는 여러 은행들이 경쟁을 해서 서비스 차원에 직접온다.
그래서 상인들은 그 직원들을 믿고 돈을 맡기고 그들의 말을 잘 따른다.

"은행직원이 하도 그 예금이 이자도 높고 좋다고 해 넣었더니
세상에 원금을 얼마나 까먹었다고 하잖아"

"성민이 엄마도 돈 천만원 맡겼는데 이자는 접어두고
원금을 백 칠십만원이나 까먹었데..."

"맞지?성민아~"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었다.

"은행이 왜 그렇노? 주식이나 투자 신탁도 아닌데..."

"나도 오백만원 맡겼는데 ...오늘 성질나서 은행에 가서 떼거장을 쓰면서 내 담당한 은행직원 한테 물어내라 하니..그 예금이
신탁예금이라 펀든가 뭐시긴가....
그 돈을 관리하는데 4명 짤리고..한놈은 자살했다 안 카나.."
사람이 죽었다는데 무라카겠노?"

가만히 생각하니 나도 그래서 머리가 아플까?

오늘 은행 대리가 와서..

"아주머니 저번에 넣으신 예금 지금 원금에서 한 17%정도 까먹었거든요.
미리 알아 두셔야 될거 같아서..."
그는 마치 죄인처럼 조용조용 속삭이듯 말했다.

채소장사하며 2년동안 열심히 모아 천만원 적금 넣어 목돈 만들어 찾아가는날,
시장통에 다니는 안면있는 은행직원왈

"아주머니 그돈 은행에 정기예금 하세요
좋은 상품있습니다."

특별히 쓸일도 없고 해서 은행직원 믿고 예금을 했더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수 없었다
그것은 정기 적금이 아니고 무슨 신탁이라나...
1년이 다 되어서 찾으려니 일백칠십만원이라는 금액이 원금에서 사라졌다

"은행에서도 원금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돈은 몇%로는 주식에 몇%는 채권에 투자하는데.. 주식시세가 그래서...원체 나라 사정이 안 좋아서...석유값도 오르고.."

직원은 위로를 위해 필요한 말은 다 갔다 붙혔다.

내 무식이 원수로다..생각하며 그 직원도 이렇게 될줄이야 알았겠는가?...
(다 좋으라고 한 일인데...) 잊으려 했으나
도무지 내가 채소를 얼마나 팔아야 그 금액이 나올까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나와 같은 경우의 시장통 상인이 많이 있었다.
이제,서민들은 모두 정부에 원망과 화살이 돌아갔다.
은행에 돈을 정치자금으로 다 가져갔다느니.. 북한에 다 주어
경제가 안돌아 간다느니...
어디서 줏어들은말이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그 말이 참말이든지 거짓이든지..민심이 이런것을 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
몇일전에는 데모를 하러 간다고 리어카 상인들이 역으로 달려갔다.
하루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정치인 싸움에 휘말려 왜
가는지...그것도 조금 불만이였으나,그들의 울분도 이해가
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하루 채소 매상이 조금 더 오르면
좋아서 히죽거리는 나 같은 서민이 나라 걱정까지 한다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다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돈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오늘 우울한것은 그것때문인것 같다...

한동안 떠들던 튀김집여자는

" ~세상은 요지경~요지경 속이다~"

또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 그여자가 좋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별 걱정거리가 없는듯 그저 흘러 가는대로
살아갈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듯해서...

오늘은 일찍 마치고 집으로 가야겠다.
열심히 산다고 세상은 나를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