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혼자 사는 여자들은 다 외로울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부부가 함께 살아도 더한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외로움과 홀로 있다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어떠한 위안도 자신안에 공허감을 데려갈수 없다는것을
알때 무서움이라는 것을 안다.
이 무서움이야말로 진정한 외로움인 것이다.
우리가 홀로 있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창조적인지 안다면....
북적북적 시장통의 상인들은 어찌보면 외로움의 집합체일지 모른다.
생계를 위하여,직업이라는 이름에 충실하기 위해 누군가를
목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행위는 창조적이지 못하고 외로운 것이다.
식육점 앞에서 이 외로운 상인들이 수근거리고 있는 소리가
간간이 흘러 나왔다.
"요즘 길 가페 여자 안보이지?"
"그러네....왜?"
"그여자 이제 이 시장에 안 나올꺼야.."
"바람났데!! 금은방 남자하고..."
"어이!! 성민이 엄마, 이리 와봐.."
식육점 맞은편 신발가게 여자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왜?..."
안그래도 심히 궁금하던 차에 얼른 손에 묻은 흙을 앞치마에
쓱쓱 대충 딱고 그들 앞에 갔다.
"성민아! 길가페 여자 요즘 못 봤지?"
"응..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안보이더라.."
[길가페 여자]란 시장통에 리어카에 커피나 차를 끌고 다니며
파는 여자를 말한다.
"글쎄..금은방 남자 하고 바람이 나서 난리 났단다.."
같은 아파트, 그것도 같은 동에 있으면서 그여자 집에 오르락 내리락 하며 두 살림했다 안 카나..."
"그건 어째 알았노.."
"야구르트 아줌마가 새벽에 배달하다 보니까 그남자가 805동에
서 나오더래... 분명히 204동에 있을 남자가..."
"등잔밑이 어둡제..."
신발집 여자는 몸을 한번 떨면서 말을 했다.
"뭐 그렇게 나쁜년이 다 있노... 하필 가정있는 유부남을..."
"야 .. 솔직히 말해서 그여자 무슨 죄 있냐 ..혼자사는 여자가..
그 남자가 죽일 놈이지..."
"그래 ..그 남자 ,솔직히 놈펭이나 다름없지 .. 여자는 금계다
반지계다 하면서 날마다 시장에 돈받으러 도장찍고 다니는데
남자란 놈은 여자와 바람이나 피우고..."
"그 여자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옛날에도 길가페 나와 일주일 만에 남자 꼬셔 동거했잖아.."
"그 여자 확실히 화냥기가 있어.."
사람들은 서로 두 남녀의 잘잘못에 목소리가 더욱 커져 갔다.
나는 금은방 남자의 얼굴이 생각났다.
하루는 시장통을 지나다 금은방 쇼우윈도를 무심코 바라봤다.
그 안에 길가페 여자와 남자가 서로 히덕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남자는
"어이 채소 아줌마! 잠깐 들어 와 보세요..."
"왜 그러는데요?"
"여기 커피 한잔 드시고 가세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전 좀 바빠서..먹은걸로 하겠습니다."
그 남자는 내 팔을 질질 끌다시피 안으로 잡아 당겼다.
"아무리 바빠도 차 한잔은 하고 갈시간은 있습니다."
"아줌마...금은방 사장님이 차 한잔 사 주신다는데 사양하지 마세요.."
그녀는 무엇인가 잘못을 틀킨 아이처럼 홍조를 띠며 애써 웃음
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짙은 화장 입가에 순간 줄을 긋는것 같았다.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그녀는 종이컵에 커피를 타 주면서..
"덕분에 저도 커피 한잔 팔고요...앉으세요"
그녀는 동그란 여자를 내앞으로 밀쳤다.마치 주인인양...
커피를 건네는 그녀의 손이 내 손과 대비를 이루어 하얗게 빛났다.
그 하얀 손길에 그남자의 눈길도 묻어 나오는듯 했다.
그녀는 항상 긴 창모자에 짙은 화장과 하얀 면 장갑을 끼고 있어
햇빛의 강한 자외선을 항상 물리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장식 유리위에 길가페 여자가 마신듯한 종이컵의 빨간 립스틱 입술 자국이 눈에 띄었다.
왠지 내가 있어서는 안 될 장소에 있는듯해 선 상태에서
얼른 마셨다.
커피 넘어가는 소리가 하도 커 스스로 놀랬다.
서먹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은 고통이다.
무슨 말이던지 해 이 진공 상태를 채워야 할것 같아
"아줌마는 어디 갔어요?"
그 말을 해 놓고도 지금 이말이 이 장소에서 합당한 말인지
의문이 갔다.
"아...예..수금하러 간다고.. 내 한테 가계 맡기고 간 예팬네가
소식이 없네요..."
그말을 하면서 그남자의 눈은 연신 쇼우윈도 바깥 시장통을
살폈다.
부인 이야기가 나오자 길가페 여자는 자신이 마신 종이컵을
손으로 찌거려 휴지통에 던졌다.마치 현장을 숨기려는듯....
그녀는 혼자산다는는 것과 너무 젊은 나이고 야들한 몸매와 하얀 피부는 항상 시장의 남성들에게 끈적한 눈길의 촛점이 되었다.
하물며 시장에 마늘까서 파는 칠순이 넘은 영감도 그녀가 지나가면 입을 헤 벌리고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커피를 사 마셨다.
그녀 또한 그런 눈길들을 싫어 하지 않는듯 했다.
내 친구는 결혼한지 2년만에 남편을 잃고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다.그녀는 17년을 혼자 살면서 한번도 그녀가 외롭다는것을
눈치 채 본적이 없다.
그녀 생각 또한 그렇다.
그녀는 외로운 여자가 아니라 다만 혼자 사는 여자일 뿐이다.
그녀는 항상 힘 있고,창조적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온갖 형태의 위안과 만족을 통해 이 외로움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마약을 하고,어떤이는 섹스에 탐닉하고,또한
어떤이는 운동을 한다던가 동호회를 가진다던가..
길가페 여자는 남자를 만남으로 외로움에서 도망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