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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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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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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진짜달팽이 2000-07-21


그녀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술보다는 그녀의 특별한 재주를

보기 위해 일부러 먼 곳에서도 찾아왔고 처음 오는 손님들도 그녀의 그 특별한 재주를

한번 감상하고 나면 백 프로 고정 고객이 된다. 가게에 들어오면서 그들은 먼저

마담 킨스키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이 곳에 온 첫 날 나는 나를 데려온 형님께 물었다.

"형님, 마담 킨스키가 뭐요?"

그러자 그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여기 새끼 마담 이름이여. 지가 나스타샤 킨스키라나 뭐라나."

"나스...... 그건 또 뭐요?"

"이 무식한 자샤. 그 유명한 영화 배우 이름도 모르냐? 거 뭐야, 미국의 거

??쳬構?쭉 빠진 노랑머리 영화 배우 이름이 나스타샤 킨스키 아니냐. 지가 걔랑

비슷하게 생겼다구 맨날 노래를 헌다."

"아, 그 미국의 영화배우..."

형님은 마치 구구단 못 외우는 중학생을 야단치고 있는 형 같이 뿌듯해 하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아...... 근디 나이두 어지간하게 들어 보이는디 인기가 캡인가배?"

"큭큭, 다 이유가 있다. 쟤가 저래 뵈두 이 바닥에선 십 년 넘게 굴러먹은 전문가

아니냐. 전문가답게 기가 막힌 전문 기술이 하나 있지. 그걸루 중삐리 영계들두

한 방에 눌러버리잖냐."

형님은 나도 며칠 있으면 그 특별한 재주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사실 나는 나스...... 그 영화 배우인지 뭔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와

닮았다고 하니 아마 그 여자도 얼굴이 그다지 토끼같이 이쁜 배우는 아닌 모양이다.

생긴 것도 별 매력이 없는 데다 사람들을 웅크리고 쏘아보는 것 같은 눈빛하며 조용히 앉아

느릿느릿 화장을 하다가도 자신을 찾는 손님이 들어오면 잽싸게 안아 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꼭 고양이의 동작과 같았다. 그런 그녀가 갖고 있다는 그 특별한 재주가 무엇일지

정말 궁금했다. 이 곳에 온 첫날밤은 뜻밖에도 일에 대한 설레임보다 그녀의 특별한 재주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잠을 설쳐야 했다. 내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어느 쪽으로 나있는지

따윈 생각 안 했다.


대학 유도 선수였던 나는 재작년 여름 연습 게임 도중 입은 허리 부상으로 인해

평생 선수 생활 불능 선고를 받았다. 어차피 대학 유도부에 입단하게 된 것도 절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대학 감독에게 스카웃 되면서 조건부로 데려온 것이었고

대학 삼 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도 못 낸 판국이니 차라리 자존심 상하게 짤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막상 소속된 화학 공학과의 학부생으로 복귀하고 나니 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수업내용 때문에 사포로 골을 갈아내는 것 같은 두통으로 시달려야 했다.

각오한 일이긴 했지만 그렇게 한 학년 반을 넘긴다는 건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의 형님이 나를 찾아왔다.

"네가 천성배냐?"

"...그런데, 짜샤?"

나이는 나보다 많아 보였지만 다짜고짜 반말로 물어오는 상대방에게 눈에 살기를

뿜으며 말끝을 잘라버렸다. 운동을 그만 두긴 했지만 운동 선수로써의 자존심까지

허물어뜨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허어, 이 자식 봐라. 제법 곤조가 있어 보이는디? 야, 임마. 암만 그려도 나는

강 태식 형님이 보내서 왔는디 너가 그렇게 함부루 말까믄 되겄어?"

강태식이라면 우리 학교 유도부의 강력한 후원자였다. 정확한 직업은 모르겠으나

시합이 끝나면 가끔 찾아와 통 크게 저녁도 사고 사람 좋게 웃어가며 선수들에게

격려도 해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사람을 보내어 내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네가 몸 쓰는 일 말고 딱히 할 일이 뭐 있겄어. 우리 형님이 니 소식을 듣고는

참말로 안쓰럽게 보시더니 너한테 일자리 하나 주선하라 그러시대. 문빵 보는 일인디

별루 힘들지두 않구 그저 가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보디가드 역할만 하면 되는 거여.

워뗘, 생각 있는감?"

나처럼 약간의 충청도 억양이 묻어 나오는 말투로 그가 말했을 때 캄캄하던 하늘에

비상구를 열어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삼 일만에

신변을 정리하고 형님을 따라 이 곳으로 왔다.

이 곳에 온 후 며칠간은 진짜로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을 하루종일 따라 다니는

일만 하면 되었다. 클럽 모나코... 말이 클럽이지, 동네 슈퍼마켓만한 크기의

조그마한 술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동네엔 간판에 샤론스톤, 장녹수, 황진희 등의

내노라 하는 여성 유명인사들의 이름부터 유혹, 흑장미, 야화 따위의 아리송한 상호까지

걸어놓고 한결같이 그 상호 밑에 대중음식점이라고 힘주어 새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 조그마한 술집엔 일곱 명이나 되는 아가씨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 그녀와 윤희라는 아가씨를 맡았다. 나는 그들이 미용실에 가면 미용실 앞에서,

슈퍼마켓에 가면 슈퍼마켓 앞에서, 목욕탕에 가면 목욕탕 앞에서 기다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문빵 보는 일은 아가씨들의 보디가드가 아니라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4시간 감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보 문빵인 나에겐 비교적 이 바닥에서

굳은살이 배겨 독기가 가신 아가씨 둘을 맡긴 것이다. 윤희는 못 먹어도 스물 다섯은

넘었을 것 같은데 내게 오빠, 오빠 하면서 간들거리고 틈만 있으면 내게 농을 걸어오며

깔깔거렸다. 그러나 그녀, 킨스키는 언제나 조용하게 느릿느릿 제 할 일만 할뿐

별로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가며

그 특별한 재주의 흔적을 찾았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깡마른 몸뚱이 말고는

특별한 구석은 없었다. 어느 날 목욕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 앞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그녀가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넌 어렸을 때 꿈이 뭐였냐?"

"......기억이 잘 안 나는디....... 문빵 보는 일은 아니었겄쥬......"

갑작스러운 질문에 머리를 북적북적 긁으며 느리게 말하자 윤희가 목으로 넘기던

음료수를 쏟아내며 요란스럽게 웃었고 그녀도 고개를 돌리며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유도 선수였다며?"

"야."

"몇 살이냐?"

그 때 윤희가 흘린 음료수를 닦으며 끼어 들었다.

"언니, 이 오빠 영계야. 스물 하나 밖에 안 먹었대."

"스물 한 살...... 내 동생도 그 나인데 너처럼 운동을 되게 잘했었지."

"동생은 지금 뭐 하는 디유?"

그녀는 내 질문을 못 들었다는 듯이 찻길 끝으로 달려가는 자동차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야, 이 언니 꿈이 뭐였는지 알아?"

윤희가 짖궂게 묻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발길을 옮겼다. 우리는 그녀를 따라갔다.

"저 언니 꿈이 화가였댄다. 진짜 화가 했으면 끝내줬을텐데. 그지?"

난 그 때 윤희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윤희가 한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