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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백발마녀 2000-08-16


시험이 코앞이다.
병원에 실려가지 않는 한 수험생 반을 떠날 수 없다.
아이들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그 일을 모두들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생각이 든다.
다행히..원빈은 그날이후..학원에 오질 않는다.
해수는..수연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
같은 표정..같은 말투..


강한 긴장과 알 수 없는 초조함으로 학기를 마쳤다.
방학이면 더 바쁜 학원생활이지만 수연은 무기력하다.
원장님께 그만두겠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다녀야하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더 어설프다.
버티기가 힘이 든다.



아..눈이다..
커피를 마셔야겠다.


다행히 어설픈 기간이 짧게 끝났다.
유능한 강사가 다른 학원에서 초빙되었기에 수연은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마음 편히 학원을 나올 수 있었다.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예상치 못한 진로변경이라 어찌해야할지 딱히 결정이 힘들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던 수연은 학비를 마련하려고 학원을 다녔던 것이고 그 기간을 2년으로 잡았었다.
그래야 중간에 쉬지 않고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 참에 그냥 학교로 들어갈까..
아님..유학?
휴..내 주제에 무슨 유학..
대학원학비도 다 마련 못했는데..

프림이 떨어졌다.
영하의 기온에 조금 망설이다 달콤한 커피를 마셔야 기분이 좋아지는 수연은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다.
눈이 오자마자 얼어서 땅이 무척 미끄럽다.

수연 : 아이고..이럴 줄 알았으면..안 나오는 건데.. 으...
유난히 미끄러운 길을 잘 걷지 못하는 수연은 발로 뼘을 재듯 조심조심 걷는다.
집 앞의 구멍가게가 벌써 문을 닫았다.
어쩌나..
에이..기왕 나왔으니..
수연은 길 건너 편의점으로 갔다.
보통 때면 5분도 안 걸릴 거리를 30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아이고..다리야..
하도 힘을 주어 걷다보니 다리가 다 당긴다.
건물 옆을 지나면 수연이 살고 있는 빌라다.
..

으악..

불쑥 튀어나온 사람 때문에 수연은 소리를 질렀다.
구부정하게 걷다가 놀라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발이 미끄러져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이고..
아..선생님..
어..누구..
원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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