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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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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백발마녀 2000-08-13


그래..일단..이 얘의 말을 들어보자.
다 들어보고..이 아이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자
그런 뒤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수연 : 그래..그래서.

원빈 : 전..엄마의 얼굴에서 늘 그늘만 봐 왔습니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사는 여인의 힘겨운 그늘이죠..
아버진..제겐 ..잘해주셨습니다...
제가 불편하거나 모자라는 것은 참을 수 없어하셨죠
한 달에 한번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전..엄마의 가냘픈 어깨가 더욱 서글펐습니다.
그런 생활이 13년째입니다.

수연 : ...

원빈 : 선생님이 저희 학원에 처음 오신 날..
전 선생님의 너무나 눈부신 웃음을 보았습니다.
제가 아는..어른의 얼굴에서..결코..볼 수 없었던..환한 미소였죠.
선생님은 항상 그런 환하고 맑은 미소를 띄고 계셨습니다.
전..그런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저 환한 맑은 미소를 언제까지나 지켜주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차근차근..그러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한 곳에 강하게 고정시키고 있는 원빈의 모습에 수연은 뭔가에 압도된 듯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원빈 : 선생님..저..
전..원래..의대에 진학하려 했어요..
그래서 정신과 의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그 꿈은 선생님으로 인해..바뀌었어요..
의대는 일단 공부하는 기간도 길도 졸업 후에도 금방 자리잡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저..
법대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법대에 들어가자마자 사법시험을 볼 생각입니다.
그쪽이...선생님을 한시라도 빨리..
전..선생님을 위해..무엇이든..할 수 있습니다..
전 그만한 능력과 ...

수연 : 그만해라..

원빈 : 선생님..전..

수연 : 그래..알았다..

잠시 이성이 되살아난 수연은 원빈이 이야기하는 동안 어찌해야할지 초조히 궁리를 했다.
그래. 이런 경우 섣부른 질책이나 화는 반항심만 불러일으킬 꺼야..
내가 먼저 자중하자..그리고..

수연 : 원빈아..네 말 잘 들었다..네 맘도 잘 알았고..
너의 마음과 네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일단 존중하마..
그렇다면..원빈아..
빈이 또한 내 마음과 내 상황을 이해해 줘야하질 않겠니?
네 앞에 있는 나는 단지 너랑 나이 차 많은 연상의 여인이 아니라..
일단 나는 네 선생이고..넌 또 아직 미성년자야..현실이지..

원빈 : 저..선생님..

수연 : 아..잠깐만..더 들어..
너의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지금은 그 관심과 사랑을 표현할 때가 아니야..
네가 미성년자라서 너의 판단이 무조건 옳지 못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사랑이란..
좀더 신중하고 길게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
....
좋아..빈아.
네가 만약 학교를 졸업하고 네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너의 길을 정했을 때..
그때에도 지금과 같은 감정이라면....
그땐..나도 너의 결정을 신뢰하마..하지만..
그때까지는 좀 신중하자..피차에게..그럴 필요가 있지 않겠니?

원빈 : ....

수연 : 알았지?..원빈아..넌 어리지만..똑똑하니까..내 말 이해하겠지?
음..저..그럼..이만..일어나자..늦었다..

수연이 몸을 일으키려하자 원빈이 수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강하고..단호한..말투다.

원빈 : 앉으세요.

수연 : ....

원빈 : 선생님이 그런 식으로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으레 어른들이 하는 말들이죠.

수연 : 원빈아.

원빈 : 아뇨..아닙니다.
전 제 사랑을 2년 뒤, 6년 뒤, 또는 그 뒤로 미루어도 될 만큼...
그런 머릿속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 ..지금..선생님을..사랑합니다.
7년 차요?.. 10년. 20년 뒤에 그 7년이 무슨 차이겠습니까..
선생님과 제자요?..그건 이유가 못됩니다.
선생님..제발..그런 엉터리 같은 이유로 절 허무하게 하지 마세요


아..어떻게 해야하나..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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