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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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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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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BY 장미정 2000-10-04


=== 되돌아 가기 ===


어긋남.환멸.실망.결핍.상처를 치유하기엔
사랑이 우선이 아니라,
작은 오해를 풀고
용서와 배려가 요구 되기 마련이였다.

피곤한 잡념 속에 가게는 뒷전이고,
알바생에게 맡기다 시피 한 상태였다.

거실에 놓여진 흔들의자에 기댄 채
조성모의 "아시나요"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질 즘.....
잠시후.......
핸드폰이 울려댄다.

"여보세요?"

"응....나야"

민석씨였다.

"웬일이야?"

"그냥 그동안 연락이 없기에.......
잠시 볼까? 할말도 있기도 하구..."

"무슨?"

"만나서 얘기 하자. 전화로 하기는 좀....."

"그래..알았어."


그는 집근처 두.세 정거장 근처 커피숍에 있었다.
들어서는 나를 보며
그는 손짓을 했다.
그는 마시던 잔을 다시 집어들며

"왜 전화 안했어?"

"훗...그냥...괜히 바빴어."

"그게 아니겠지..."

"무슨 말이야?"

"사실 나 너한테 숨기는게 있어.."

"뭐?"

그는 말을 잇지 않은채 쟈켓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남편이 뭐라 안그래?"

"남편이?"

"역시....그랬구나.."

"역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남편이 떳떳하게 이름 석자 밝히고
어제 메일 한 통을 보냈더라구.
그래서 그 멜 읽고 난 그냥.........."

"그냥? 그냥뭐?"

"그만 만나자구....
좋은 사람이더라구...널 끔찍히 위해주는...
하지만 만나지 마라는 그런 말은 않더라.
다만, 시작과 끝의 시기를 잘 아는 사람만이
현명한 사람이 아니겠냐구....
왠지 와닿더라....
사실 우린 어린애들이 아니잖아?"

".................."

"왜 말이 없어?"

"아니........그....냥
그래 그래야겠지........
뭐든 영원한 건 없나봐.
아니 영원히 지켜 나간다는게 그리 쉽지 만은
않은거지.......그래 다음에 얘기 하자.
아니......멜을 보내든가..
오늘은 그만 갈래.."

난 그 자리에서 일어 설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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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관계는 그리 예전 같지 만은 않았다.
나날이 늦어지는 남편의 귀가 시간에
난 터치 할 조차 없었다.

어쩜, 모든걸 알고 있을 남편에게
그 어떤 말을 꺼낸다는 건
시한폭탄을 껴안고
불속으로 뛰어 드는것과 같았기에......
동안 살아오면서 서로의 성격을 안 이상
그냥 내버려 두는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남편으로 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응.....나야.."

"네....."

"오늘 저녁 외식하자."

"갑자기 왜요?"

"아니....그냥.....어머니한테 혁진이
맡겨놓고 혼자 나올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그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난 좀 이른 시간에 알바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그의 회사 근처 약속 장소로
가기위해 택시를 타야했다.

내가 도착했을 땐
그는 이미 와있었다.

"어......어서와
일이 일찍 마무리 되어서 먼저 온거야"

"그랬어요~"

"뭐 먹을까? 이 집은 안심스테이크가 괜찮던데.."

"그래요? 그럼 그걸로 해요"

그는 웨이터를 손짓으로 부른뒤 주문을 했다.

"갑자기 외식은........."

"혁진 엄마~"

갑자기 그가 부르는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는듯 난 그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 보았다.

"나.......열흘 후에 미국 가!"

"네?? 뭐라고요?"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미국가...
미국가...라는 그 단어만
내 귓가에 맴돌 뿐이였다.

"갑자기.....무슨 말이에요?"

"미국 지사에 1년 발령 떨어졌어.
첨엔 안 갈려고도 해봤지만,
이번 계기로 당신과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구...."

난 할 말을 잃은 듯 물잔만 매만질 뿐이였다.

"1년만 가 있을건데,
식구 다 가기도 그렇고,
그냥 어머님 모시고 당신 여기 있으면 안될까?"

"..................."

"미안해...당신한테 모든걸
떠맡기는 것 같아서....
정 힘들면 가게 처분해.
당신이 무언가 하고 싶어 하는것 같아
차려줬지만, 이젠 쉴때도 됐잖아~"

"아뇨!! 괘....괜찮아요..."

순간 미세하게 목소리가 떨리면서 새어나왔다.

"내일 통장으로 삼천만원 입금 될거야.
생활 안정 자금으로 회사에서 지급된대..
빼서, 당신 통장에 넣어 놓고,
필요할때 사용해...."

"여보~ 나.....나...당신한테 할말 있..어...요"

"아니.......하지마!"

"여보! "

"지금은 듣고 싶지가 않네...
나중에 내가 돌아 온 후 다시 얘기 하자."

"내가 무슨 말 할 줄 알고.....?"

"몰라...모르지만 상관 없어.
어떤 일이든 시기라는게 있어.
확실히 지금은 아닌것 같아.
다음에 듣자..."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어쩜......
얄팍한 배려일까?
아님,잠시 묵혀 놓고 나중에 터뜨릴 생각일까?

그와 조용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기분은 그리
편하지 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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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이라는 시간은 그리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여행용 트렁크에 그의 옷가지와 화장품을 챙기며
난 왠지 우울 해지는 기분에 일손을 멈추기도 했다.

시간을 주는 것일 것이다.
나름대로 정리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과의 외식 후,
민석씨에겐 전화나 멜 조차 받지도 보내지도 않았다.
남편에게 어떠한 말을 들엇는지 조차
난 알수 없었다.

다만, 그 역시도 정리할려는 듯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충분히 해석되고 있었기에........



그가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남편의 바바리 사이로
스쳐가는 샤~한 외로움을 난 느낄 수 있었다.

미안했다.
하지만, 어떤 사과 조차 할 수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그를 말없이
보내기엔 내 마음이 허락되지 않았다.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그를 불렀다.

"혀....혁진 아빠!"

그는 뒤돌아 보며 어서 가라는 손짓만 할 뿐이다.

"사.....사..랑해...."

목젖까지 치밀어 오는
그 말조차 새어 나오지 못하고 짖눌리고 말았다.

고마운 사람.
기다릴 줄 아는......
안타깝고, 답답하면서도
말없이 지켜볼 줄 아는 그는
분명 오직 한 명 뿐인 내 남자 였다.

잠시,
낯선 남자에게 느끼는 묘한 감정 때문에
흔들리긴 했지만, 순간 일 뿐이였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아니....다시는 떠날 수 없는
그의 품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므로......
난 성숙한 그의 여인 일 수 있었다.

잃은 것 보단,
얻은 것이 많았던 통신생활에서
난 알수 없는 마력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END~


*동안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