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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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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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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장미정 2000-08-29

=== 진실은 없다? ===


그녀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사무실 밀접지역에 위치한
그리 넓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였다.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수고했다는 부드러운 말과 함께
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웃어보였다.
동생일까?
뭐 구지 알 필요는 없지만
묘한 관계일거라는 기대라도 한 듯
난 또 한번의 눈길로 잠시 그 광경에 집중을 한다.

테이블로 다가오는 그녀는
"식사 메뉴는 뭘로 하실래요?"

"전....그냥 아무거나....."

"그럼 안심스테이크로 하시죠.
저희집은 그게 괜찮거든요.."

"네....그럼..그걸로...."

그녀는 직원을 잠시 부르더니,
식사주문을 한 후, 핸드백에서 담배케이스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다.

"저.......한대 피워도 돼죠?"

"아네.....그러세요"

"두 분 뭐하시는 분이세요?"

"전 작은가게 운영하고, 이 언니는 주부세요."

"네....그렇군요.

음......그런데, 사는게 재미 있나요?"

대뜸 엉뚱한 그녀의 질문에 우린 멍하게
바라볼 뿐이였다.

"세상은 결코 넓지만은 않더군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만나지 말아야 하는 사람과
만난다는게 이렇게 치 떨리도록 싫은걸까요?
비록, 지금은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
죄송해요...첨 뵙는 분들 앞에서...."

"아니에요..계속 하셔도 돼요."

"김 영준....내 남편은 유민정이라는 여자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둘은 죽고 못사는 사이였으니......."

"왜요? 두 분 통신에서 만난게 아니였나요?"

"통신요? 아니에요..
둘은 지금 저에게 복수라도 하듯
저렇게 죽은건지도 모르죠.
둘은 원래 남들 흔히 말하는 첫사랑 이였죠.
대학때 만나
C.C 였다가 졸업할 당시 저와 남편이 만났어요.
직장 동료였어요.
둘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는데,
시댁에서 민정씨를 맘에 들어하지 않았나봐요.
천하게 생겼다구...
훗...넘 잘난 인물이라 인물값을 한다는
노파심으로.....

사실, 그때도 누드모델로 활동했지만,
어른들은 몰랐죠. 하지만, 풍기는 뉘앙스는
어쩔수 없었는지...어른들의 반대로
결국 저랑 결혼을 했고,
저희 친정에서 학원 차려주고
별 무리 없이 잘 살던 평범한 부부였죠.

근데, 통신을 하다가 학교 동창을 찾아주는
사이트에서 후배인 민정씨를 다시 만난거죠.
솔직히 첨엔 그냥 지나치는 바람이겠지 하고
무심결에 덮어 둘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건 제 생각일 뿐이였죠.
늦게 붙은 장작불이 더 활활 타오르듯,
그들은 정신을 못 차리더군요.
저렇게 멋지고 뜨거운 사랑을 했으니,
죽어도 여한은 없겠죠뭐......"



모든게 뜻밖의 이야기들이지만,
받아 들여야 했다.
뽀얀 안개속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서서히 보이듯 밝혀지는 진실 속에
역겨움이 밀려온다.

부인이 대기업의 회장 비서도 아니였고,
아이가 유학을 간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그 무엇도 섭섭한 건 없다.

다만, 둘의 관계가 첨인듯,
무리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었다는
비열함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가져왔다.

식사중에 터놓고 말으 하는
그녀의 마음을 어디까지 이해 해야할지......

통신속의 모든걸 믿지 말자 라고
단념하긴 무언가가 잡아 당기는 마력이 있다.

남자들의 본래의 목적을 뒤로 숨기고
있다는건 통신속에만 있는건 아닌데,
구지 통신이라 조심해야 할 부분은 많다.

채팅....
고급스럽고 고상한 대화의 장이다.
익명성이 보장된 만남이랄까....
하지만, 그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필연으로 이어진 재회였다.
더 애절 했는지도...

그녀가 건네는 명함을 받고서야
우린 그 곳을 빠져 나올수가 있었다.

"어떤게 진실일까?
넌 어떻게 생각해?"

"후후......보이는 것만 진실일 수도 없지만,
보이지 않는다 해도 모든게 거짓은 아니죠.."

"난 신사님만 욕하고 싶진 않아.
저봐....저 여자도 딴 놈 있는것 같잖아.
연하인것 같구만...
나참....불륜은 남자만 하는게 아니거든..."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봐요...난.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사는거니깐....
완전한 사랑도 없듯이
인생도 완벽하게 이룰 만큼
만만하진 않잖아요!"

"그래.....맞다."

샤넬님과 헤어진 후 가게로 돌아왔지만
삶의 의욕심이 가라앉아 있었다.
본능 일것이다.
습관적으로 시야는 컴퓨터를 향했다.
꺼져 있는 까만 모니터 속엔
힘없는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도대체 이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 해법은 아무도 모른다.

당분간 채팅은 안할것 같다는
묘한 심리가 생기는건 왜일까........

죽음보다 무서운게
집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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