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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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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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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장미정 2000-08-11

=== 어떤 관계 ===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일이 마치
오래 전부터 끈질기게 나 자신을 괴롭혀
왔던 일 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아침밥 먹는다는 것 조차
나에겐 모래알을 씹어라는 명령보다
더 힘든 고통이였다.

가게문 손잡이에 "잠시 외출중" 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난 지하철을 탔다.

샤넬님의 불안심리와 공포가 의외로 심각했다.
우린 경찰서 가기전, 먼저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그녀는 밤새 한숨도 못잔듯 얼굴이 푸석거렸다.

"너..밥 먹었니?"

"아뇨...안먹는게 나을 듯 해서..."

"나도 그랬는데..이젠 먹고 싶어..
속이라도 든든해야 왠지 기운이 날 것 같아."

"해장국이라도 먹을까요?"

"그래...이왕이면 시원한 콩나물로 하자."

"그래요..그럼."


우린 경찰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그녀는 걸식 들린 사람마냥
뚝배기에다 ??가락을 넣기 바빴다.
아무래도, 너무 긴장한 탓이리라...

"언니...천천히 먹어요.
별일 없을거야...조사 받는거 다 알고보면
형식적인거야...죄지은거 없는데,
뭐가 불안해요...."

"그러게 말이야...
근데..기분이 영 아니네..."


경찰서 앞 헌병에게 형사1과를 물었더니
정확한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들어선 입구에 좌측 긴 복도 끝에서
두번째 문이라는데.....

결국 가까운 곳은 아니였다.
50m 정도 일것 같은 거리인데,
왜 그리도 멀게 느껴 지는지....

긴 한숨을 내뿜었다.
우린 조용히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 곳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우리쪽으로 집중 되었다.

갑자기, 종이컵 하나 들고 다가 오는 여자...

"어떻게 오셨나요?"

"네....오형사님 찾아 왔는데요..."

"아네.....오형사니임~~
봐요..손님 안내도 해줬으니,
화끈한 건수 있음 연락줘용!~
다른데 먼저 찔러주지 말구여....알겠죠?"

"아이참...알았다구 알았어~"

오형사는 그녀의 등을 살짝 밀며 배웅을 했다.
그녀는 기자 같아 보였다.

자욱한 담배 연기와 쾌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꽤 산뜻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어떻게 오셨죠?"

"유 민정씨 때문에....."

유민정은 누드모델님의 본명이였다.

"아네..여기 좀 앉으세요.."

그는 빈 의자 두개를 내밀며 자리를 마련 해주었다.
시장 바닥 같은 분위기였다.
줄담배를 피우며 책상에 걸터 앉아
고민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면
미성년 같아 보이는 소녀들에게
꿀밤을 주며 타자치느라 정신없는 형사들도 있었다.

잠시 둘러본 광경은 흔히 TV에서 보든 것과
별다를게 없었지만, 여전히 생소했다.

"자....지금부터 질문에 최대한 짧고, 정확하게
답해 주셔야 합니다...."

"네..."

"김희경씨가 누구시죠?"

샤넬 언니였다.

"저에요..."

"네. 주민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630812-XXXXXXX 입니다."

"네...다음 문혜진 씨...."

"690228-XXXXXXX 입니다."

오형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어떨떨하게 그냥
성의없이 답해선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쩜 형사에게만 풍기는 근엄함 이라 해야하나...

"어떤 사이였죠?"

"네?....."

단도진입적으로 한 짧은 질문에
우린 고개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되었다.
며칠 집에 가지 못한 마냥
질서가 잡히지 않은 수염과
퍼석한 얼굴에 피곤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두 분 통신 하시죠?"

"네.....그래서 알게 된 사이에요."

"하신지는 얼마나 됐죠?"

"3년 쯤..."

"저도 그 정도..."

"근데...저희와 민정씨의 관계를 어떻게?"

"훗~ 저희가 알아 내지 못하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통신 회사 도움으로 조회 해보니,
통신 친구등록란에 여러분의 아이디가 있더군요.
관계되는 사람만 이렇게 불러
잠시 조사하는것 뿐이니, 긴장 하지 마십시요.
참...그런데 김영준씨와 유민정씨 사이가
언제 부터 입니까?"

"네? 무슨 말씀인지......"

그녀는 혼자 죽은 것이 아니였다.
신사님!~
김 영준 그였다.
형사 말로 의하면 둘의 사이는 애인이였다는거다.
유부클럽에 들어 오기 전부터...

숨길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 구지 밝힐 필요가 없다 싶었던 것일까?

사이버 일기장...
그녀의 모든 것을 알게 해준 것이다.

아마 둘은 늦게 까지 술을 마시고,
신사님의 음주운전을 한 모양이다.
대형 트럭과의 충돌에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고 한다.

동안 유부클럽에 관한....
그리고, 만나서 있었던 사소한 것들을
진술하고, 싸인하고, 지장을 찍으므로서
모든게 정리가 되어갔다.

그런데, 잠시후.....
신사님의 아내인 듯 한 여자가
오형사를 찾아왔다.

"김영준씨가 제 남편입니다."

"네....여기 좀 앉으시죠..
먼저 어떤 위로를 해드려 할지.."

"아뇨! 근데...저 여자분들은 누구죠?"

"아네......그러니깐..."

"말씀 안하셔도 괜찮아요.
남편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아니깐...
죽은 여자 이름이 뭐죠?"

오형사는 눈치보듯 잠시 머뭇거리며
그녀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유민정이라.....음.....
저승길 외롭지 않아 좋았겠군..훗~"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였지만
왠지 힘이 들어간 가시같은 말투를
쏟아내고 있었다.

오형사는 동료형사와 이런 저런 얘기끝에
가벼운 교통사고 처리로 하자며
마무리를 할려했다.

"두 분은 이제 돌아 가셔도 될것 같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네..."

우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뒤돌아 설려는 순간
앉아있는 신사님의 부인이
나의 손목을 잡아 당긴다.

"괜찮다면....시간 좀 내 주실래요?"

"네? "

"저 금방 나갈거니깐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난 샤넬 언니의 얼굴을 보았다.
된다는 눈짓을 했다.

"네....그러죠.."

"고마워요.."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여는 순간
난...긴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였다.
잠시였지만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끈적거렸다.

"아~ 샤워하고 싶어~~"

"나두...우리 여기 좀 앉자."

"그래요....언니"

"둘이 불륜관계 였나봐..."

".........."

"내가 통신을 때려치운던지 해야지원...
이런 일 까지 휘말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니..."

"휴~ 아....담배 피고 싶어.."

"너 담배하니?"

"아뇨..."

"근데?"

"그냥 배웠다면 피우고 싶은 기분이라구..
후후...."

"기집애..이 와중에도 농담이 나오는걸 보면..
나참....근데...아내라면서 남편이 죽었다는데
저렇게 담담할 수 있는거니?"

"모르죠뭐...그 속사정이야.."

"핸튼...느낌 좋은 여자는 아니야.....그치?"

"겪어도 모르는게 인간관계인데...
봐요~ 오늘 일만 해도...
난 샤론님과 신사님이 그런 사이인것
생각도 못했는걸요..."

"하긴~ 참 다들 재주도 좋아 그런거 보면..."

"왜 부럽수?"

"부럽긴야....미인박명이라 했냐?
이쁜것도 죄긴 죄다야..."

"행동하기 나름이죠...모든건.."


얼마 후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

"많이 기다렸죠?"

"아뇨....괜찮아요."

"제가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두 분만 괜찮으시다면...."

"......."

"그래요...왠지 저희한테 할말이
있으신것 같은데...."

"네...그럼 나가시죠.."

우린 복도를 지나 경찰서 입구를 빠져나왔다.
순간.....까만 그랜저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추고,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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