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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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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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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장미정 2000-08-03


=== 일탈을 벗는 또 다른 쾌감 ===


컴퓨터...
어쩜, 표출 할 수 없는 저 밑 무언가를
난 이 컴퓨터 앞에서 맘껏 표출 하고 있는지 모른다.

채팅을 첨 하면서 전용선을 깔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 6개월 정도
신들린 사람마냥 컴 앞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채
죽치고 있을 땐
전화세가 십만원 넘어가는건 기본이였다.

가게에 나와 이것저것 체크 하는 시어머님.
우연히 전화세 용지를 보고 기겁하신 것이다.
전화를 걸어도 통화 대기중이다 보니 신호음은 가는데
도저히 전화를 받지 않으니,
아마 내가 가게문 닫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 줄 아시고,
남편에게 이간질을 하신거였다.
아무래도 바람이 난 것 같다며.....

남편 또한 채팅을 하는 나를,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난 시어머니와 남편의 불만과 의혹을 무신한 채
맞서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든 남자가 하면 고상하고 당연한거지만,
여자가 하면 주제넘어 보이는 건
기성세대의 이질감이려니 단념 해버리곤 한다.

물론 드러내 놓고 말하신적은 없지만,
어쩜, 고부간의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일 것이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싫어라 하는 컴퓨터는
나에겐 참 고마운 물건이였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남편이
마음을 가다듬고 새직장으로 출근하기 까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로 했다.

이혼....
생각도 해봤었다.
하지만, 통신을 시작하면서 심한 우울증 마저
치유 해주는 나에겐 묘한 매체였다.

자신의 선에서 해결하기 힘들고 벅찬 상황을
난 어느 누군가를 통신에서 교류하면서
난 나의 열 손가락이 온전함을 감사하기도 했다.

첨엔 통신 때문에 잦은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통신 친구가 생기고,
남편 아닌 또 다른 이성을 접하므러서
"아! 아직 나에게도 이런 호기심과
설레이는 감정이 남아 있구나~"
하는 묘한 스릴을 만끽하며
일탈을 꿈꾸기도 했었다.

무언가에 길들어 진다는 건,
습관이 가져다 주는 쾌락과 같았다.
적어도 나에겐........

컴퓨터 통신이란 중독 증상에서도
주어지는 즐거움은
경험없는 이들은 알 수 없는 일들중에
하나였다.

또 다른 아침을 만나며,
특별한 무슨 일들이 일어나 주길 바라는 사람마냥
여전히 컴 앞에서 모든 나의
사소한 것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두뇌의 작은 염색체 하나하나 활발한 움직임이 느껴지며...
새롭게 자극하는 본능인 것을
난 부정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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